정래수(편집국 부장/대전지역담당)

▲ 정래수(편집국 부장/대전지역담당)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황당한 인사규정이 논란이다. 공공기관이라 공무원에 준하는 인사규정을 따르지만 신분보장에 있어서만 이 규칙이 엄격히 준용되고 비리에 따른 징계에 있어서는 다른 잣대를 적용해 몰염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국가과학기술회 산하 25개 출연연의 ‘구속기소자에 대한 휴직급여 지급내역’을 보면 더욱 그렇다.
25개의 기관 중 기소 휴직자가 발생한 6개 출연연에서 금품수수·횡령·배임·사기 범죄 등으로 기소된 총 7명의 직원에게 1억475만원의 휴직 급여가 지급됐으며, 이 중 ‘무혐의’ 처분을 받은 연구원과 재판이 진행 중인 2명을 제외한 4명의 연구원의 경우 각 출연연에서 짧게는 6개월, 많게는 14개월까지 기소자에게 휴직급여가 나갔다.
‘뇌물수수 및 사기방조’ 혐의로 해임된 A씨는 12개월간 3142만원을 수령했으며, ‘업무상 횡령’ 혐의로 해임된 B씨도 14개월간 3173만원을 받아 갔다. ‘허위구매 및 금품수수’ 혐의로 파면된 C씨는 891만원의 휴직 급여를 받았다.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파면된 D씨도 8개월간 880만원을 수령했다.
이처럼 정부출연연구원들이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지만 연구원 측에서 휴직으로 처리, 일정부분 급여를 받고 있는 꼼수를 쓴 것이다. 특히 구속 기소돼 재판중이거나 실형이 선고된 형사 피의자에 대한 휴직처리는 공무원 인사규칙 어디에도 없어 편법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연구기관의 연구비 유용이나 횡령, 부실 집행 등은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온 사안이다. 오히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모습이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멈추거나 경시할 수 없다. 연구기관과 연구원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는 무엇보다 당사자의 잘못이고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그런 풍토와 관행을 용인한 제도와 정책, 행정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책연구소 시스템의 대대적 수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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