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구입 ‘옥수수 베일러’ 흡입구 쪽 문제생겨 사용불능 올해 한 번도 바깥구경 못해 고장난 부품 구하기도 힘들어

▲ 옥천군 농업기술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옥수수 베일러’.

(옥천=동양일보 임재업 기자)옥천군이 1억6000만원 짜리 값비싼 외제 농기계를 사놓고도 활용하지 못해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옥천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이 센터 임대 농기계 창고에는 사료용 옥수수를 수확할 때 쓰는 베일러(baler)가 보관돼 있다.

옥수수를 베어 잘게 썬 뒤 둥글게 압축해 묶어 내는 일본산 농기계인데, 2010년 1억6700만원을 주고 임대용으로 구입했다.

군은 2년 전 농작업 효율을 높인다면서 이 농기계에 부착하는 보조 작업기(하베스트) 1대를 3000만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2대가 결합되면 웬만한 지방도시의 아파트 1채와 맞먹는 2억원으로 값이 치솟는다. 비싼 몸값이지만, 하루 30만원을 내면 빌려 쓸수 있다.

그러나 이 농기계는 올해 한 번도 바깥구경을 못한 채 창고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도 단 1차례 임대된 게 전부다.

담당 공무원은 “옥수수 흡입구 쪽에 문제가 생겨 농민들이 빌리기를 꺼린다”며 “일본 제품이어서 부품 조달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장이 났는데도 부품을 못 구해 방치한다는 얘기다.

창고에 덩그러니 놓인 채 쓰이지 않는 농기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트랙터 부착용 트레일러는 찾는 이가 없고, 동력 톱이나 예취기 등은 안전 문제로 아예 임대 목록서 제외됐다.

옥천군의회 이재헌 의원은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농업기술센터가 보유한 100종 472대의 임대 농기계 가운데 50종가량이 방치된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옥수수 베일러는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며 “농기계를 구입할 때 신중해야 하고, 활용이 안 된다면 매각 등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옥천군 농업기술센터는 2억원 짜리 농기계 처리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계속 가지고 있다가는 고철이 될 판이고, 그렇다고 헐값에 내다 팔면 아까운 돈을 허비했다는 비난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옥천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문제의 옥수수 베일러는 애초 농정부서에서 축산용으로 구입했다가 관리가 어려워지자 우리에게 떠넘긴 것”이라며 “축산농민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뒤 활용도가 떨어진다면 매각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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