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 충북소방본부장

 

겨울철 강추위 속에서도 아련한 추억이 묻어있고 활기찬 서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 낯선 방문객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반겨주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의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에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흥정이 그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가격은 흥정하되 절대로 흥정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안전’이다.

지난달 3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2005년에 이어 또다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11년 전 대형화재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소방훈련 등 각종 화재 대비 노력을 해왔지만 유비무환(有備無患)이 무색할 만큼 모두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11년전 화재 당시 좁은 소방도로에 양쪽을 차지한 노점과 화재 현장을 순식간에 점령한 상인과 시민들로 인해 소방차 진입은 물론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를 옮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후 소방통로 확보를 위한 대책안을 발표했고 초기진압용 스프링클러를 시장 건물마다 설치하고 정기적인 소방훈련을 벌이는 등 화재 대비에 신경을 써왔지만 이번 화재에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통시장에서 불이 날 경우 순식간에 대형화재가 되는 특징이 있어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방화벽 등의 설치가 필요하나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전통시장 화재예방을 위한 최선의 대책은 무엇일까?

사소한 무관심이 쌓이면 큰 재앙을 부를 수 있고, 작은 관심이 쌓이면 지속적인 안전을 만들 수 있다.

전통시장 안전의 첫걸음은 자율적 안전관리의 공감대 형성이다. 시장(상가)번영회와 자위소방대 운영의 활성화 통해 시장내 자율안전관리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상인들 스스로의 화재에 대한 인식변화가 중요하다.

행정당국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며 상인들 스스로가 검증된 배선을 사용하고 영업시간 이후 화재 취약시간대에는 적재 물품ㆍ좌판 등을 깨끗하게 치워 소방통로를 확보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경험을 통해 그 위험성을 알기에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렀다.

전통시장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쇼핑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아닌 관심으로 돌아보며 상인들 스스로가 자신의 재산은 자기가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식의 함양이 필요하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고‘기본이 바로 서면 길 또한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말이 있다. 풍요롭고 정이 넘기는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안전’이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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