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민 한국교통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동·서유럽을 비롯하여 문화선진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잘 정돈된 거리와 함께 과거와 현대의 적절한 조화, 연출이 아닌가 생각된다. 옛것을 그대로 지키면서 그 멋을 더 빛나게 하는 현대적인 요소들의 조화, 다양하고도 은근히 드러내는 개성과 심미적인 아름다움의 표출은 시각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낯선 여행객에게도 안정감과 친숙함으로 다가온다. 세계의 도시는 그 도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상징하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건축과 조형물은 물론 다양한 그래픽요소, 자연환경과 문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그 나라와 도시를 방문하기 전에 이미 그 도시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여러 매체를 통하여 가지고 있다. 도시의 건축물과 가로환경, 각종 사이니지(간판)와 조형물, 그래피티(낙서화), 공원, 휴식 공간, 그리고 다양한 문화시설과 관광명소가 여행객은 물론 도시사용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그것이 도시의 특성이자 한나라의 경쟁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이미지는 한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문화적 모습의 상징으로 도시를 평가하는 결정적 요소이며, 그 도시의 일부분 또는 전체에 대하여 도시사용자들이 갖게 되는 느낌 및 인상 등을 말하는 것으로서 도시 이미지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일부 자치단체들도 그 지역만의 도시이미지를 정립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며 도시브랜드, 도시환경, 문화산업, 관광산업, 지역특산물 포장디자인은 물론 브랜드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을 접목하여 통합적인 서비스디자인을 실시하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집행과정과 결과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완성도 높은 형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의 전반적인 모범사례를 살펴보고 잘된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 접목 가능한 아이템들을 찾아서 상황과 여건에 적합하게 재구성하여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세계 30여 개국 80개 정도의 도시들을 방문하였고 그 도시를 걸어 다니며 단편적으로나마 공공디자인 자료를 조사·연구하면서 나의 생활공간 청주와 비교해보게 된다. 아름다운 무심천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시설과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도시규모 등 긍정적인 도시환경 조성에 반하여 과연 청주의 정체성 있는 이미지와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은 무엇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공공디자인의 모범적인 사례로 인정받고 벤치마킹 사례로 전문가들이 자주 찾는 영국 브리스톨시에서 추진한 공공디자인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고 하겠다. 브리스톨시 당국은 1980년대부터 쇠퇴하는 도시를 재생하는 사업을 전개하면서 브리스톨의 특성을 분석해 다양한 도시디자인 개선사업과 도시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이러한 브리스톨 만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기 위하여 도시디자인의 목표를‘이해하기 쉬운 도시’(Legible City)로 정하고 시민중심의 디자인 콘셉트로 진행하였으며, 통일된 디자인 요소들(서체, 색채, 아이콘 등)을 표현하였다. 그 결과 높은 수준의 브리스톨 도시디자인은 2008년‘유럽문화도시’후보로 선정되는 등 도시공간의 디자인 변화를 통해 도시사용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정체성’과‘도시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생명,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청주의 도시이미지 전략과 공공디자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국내외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들이 청주를 방문하였을 때 인지하기 쉬운 다국적 병기의 체계적인 관광안내 사인의 부재, 시각적인 공해인 거리의 어수선한 간판과 색채 환경, 어두운 곳이 많은 무심천 산책로, 세계 최초 금속활자 직지의 고장이지만 ‘직지’폰트나 특색 있는 출판인쇄 관련 콘텐츠의 부족, 런던 테임즈 강변의 대형 관람차(London eyes)처럼 쉽게 각인되고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확실한 랜드마크 하나 없는 지극히 평범한 도시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을까? 도시의 이미지를 변모시키는 합리적인 국민성과 정책은 효율적인 장소 마케팅(Space Marketing)이나 공간 브랜딩(Place Branding)이다. 국가, 도시, 거리, 건물, 매장 등 모두가 장소라는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는 장소 마케팅은 전 세계의 다양한 공간들이 도시와 장소를 상징하면서 방문객을 불러 모은다. 우리의 정책과 실행은 선진국에 비해 항상 일관성과 지속성, 합리적인 개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래를 위하여 지속가능하고 살기 좋은 환경에 대한 욕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지금,‘좋은 디자인이 마케팅이다’라는 말과 같이 청주만의 정체성 있는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와 룩 앤 필(Look and Feel)을 잘 관리하여야한다. 아울러 유니버설 ? 인클루시브 디자인이 잘 적용된 청주의 이미지는 전 세계인들에게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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