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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정유년丁酉年 동양일보 신년 좌담
2017 정유년丁酉年 동양일보 신년 좌담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7.01.01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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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운 법… 새 희망의 정유년 열자”
▲ 동양일보가 2016 병신년을 보내고 2017 정유년을 맞아 벌인 ‘2017 정유년 동양일보 신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우리 사회의 나아갈 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성종 전 꽃동네대 총장, 조아라 동양일보 차장, 김명기 동양일보 편집국 부국장, 권수애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2016년은 많은 사건들로 점철된 한 해였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는 연 인원 1000만명이 촛불을 들게 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로까지 이어졌다.

북한이 강행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개성공단 폐쇄라는 남북 교류의 단절을 초래했고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외에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사드 배치 논란, 고병원성 조류독감의 확산 등이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할퀴고 지나갔다.

동양일보는 병신년(丙申年) 한해를 되짚어 성찰하고 정유년(丁酉年) 밝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2017년 정유년 신년 좌담회’를 마련, 유성종 전 꽃동네대 총장,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권수애 충북여성포럼 대표로부터 고견을 들었다. <편집자>

 

▲ 김명기동양일보 편집국 부국장

▷김명기 동양일보 편집국 부국장

“올해처럼 다사다난한 해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한국 역사 격동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권력을 둘러싸고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 ‘새해에는 국민들에게 어떤 설계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가장 큰 이슈가 됐던 것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이었습니다. 이번 탄핵소추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 어떤 의미를 던지고 있는지 먼저 김태창 박사님께 말씀을 듣겠습니다.”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참으로 앞이 깜깜하고 엉망진창인 시대입니다. 그러나 칠흑 같은 밤이 깊어질수록 새벽은 가까워오는 법입니다. 제 소망은 이처럼 칠흑 같은 밤을 보내고 동이 트는 새해를 우리가 여는 것입니다. 2년 전 있었던 세월호 사건은 우리나라에 큰 충격을 줬어요. 우리나라의 모순이 다 드러난 사건입니다. 정부가 무능했고 정책이 잘못돼 있었고 젊은 생명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 부족했고…. 이런 것들이 합쳐져 총체적인 문제를 만든 것입니다. ‘국민 행복시대’를 연다고 등장한 정권이 ‘국민 불행시대’를 만들고 말았다는 것이 한 해를 마감하며 느끼는 처절한 심경입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희망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떠오르지만 굳이 정리하면 세월호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두 가지 사건으로 인해 우리의 국격은 말할 수 없이 저하됐습니다. 우리가 오랫 동안 축적해온 국위가 총체적으로 무너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사실 연관돼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태에 대한 대처가 잘못돼 박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 일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의 반응 중 눈 여겨 볼 것이 두 가지입니다. 몇 년 전 사상 초유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지요. 미국에서도 되지 못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이 상당히 선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런데 이제 국민들은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역적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슴 아픈 것은 ‘여자가 대통령이 되니 저 꼴’이라는 식의 여성 모독, 멸시 발언이 서슴없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여성 지도자론’의 위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우리나라의 각계각층의 구석구석에 스며있는 공사 혼동의 병폐가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어느 대통령도 공사혼동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축적된 병폐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 이번 사건입니다. 이러다보니 국민들이 쌓인 불평과 울분을 한꺼번에 박 대통령에게 몰아붙여 발산시켜 여기서 일종의 국민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됩니다. 여성 지도자론에 대한 새로운 인식, 공공성의 확립을 위한 새로운 인식 조정. 이 두 가지가 올 1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명기 부국장

“여성지도자론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영국의 대처 수상이나 독일의 메르켈 총리 등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여성 정치인들도 있는데, 여성 지도자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1000만 촛불이 켜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집회가 정착되면서 불상사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는 해외 언론의 평가도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대로 떨어지고 국민의 80% 이상이 대통령 하야나 탄핵을 요구했습니다. 그런 동력에 힘입어 일련의 과정들은 이에 부합하는 것으로 추진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죠. 1000만 촛불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나올 수 있겠는데요 권수애 대표님께서는 1000만 촛불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시는지요?”

▲ 권수애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권수애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해외에 있는 분들로부터 이번 사태로 인해 굉장히 국격이 떨어지고 얼굴을 들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부끄럽다는 자괴감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건강한 의식으로 참되고 진실하게 살았던 일반 국민들은 법 질서를 잘 지켜가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을 평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보다 민주주의가 한발 앞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그동안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성공해 온 사람들의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한 것이 봇물처럼 터진 것이라는 김 박사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여성 대통령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선출되면서 여성으로서 굉장히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가 이렇게 되니 참 가슴 아픕니다. 닭의 해를 맞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원래 우리나라 속담이 아닙니다. 중국 주나라의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공격할 때 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주왕을 꼬드겨 나라를 문란하게 한 달기라는 사람에 비유해 한 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지도자인 선덕여왕을 폄훼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거나 일본의 이노우에 공사가 명성황후를 음해하려 발언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 국가에서 한국의 여성 지도자들을 견제하는 말로 활용했다는 얘기를 듣고 한편으로는 ‘안도’가 됐습니다. 우리들이 우리 여성들에게 폄훼했던 말이 아니니까요. 제가 어릴 때 김태창 박사님의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오히려 동양이 여성을 비하한다. 서양에서 여성들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일 수 있다. 동양에서는 여자와 남자가 합쳐져야 사람이다. 우리에게 남존여비 사상이 있던 것이 아니다. 조선 시대 유학자들에게 유학이 잘못 전달돼서 그런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항상 마음 속에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이 여성들을 존중해왔지 그렇게 비하한 사실은 없다고 알게 됐습니다. 여성으로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말씀해주셨는데, 이번 사태는 여성이기 때문에 잘못된 정치를 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인적인 인성, 품성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이 여성이기 때문에 더 비하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명기 부국장

“고려시대 때는 여성 상위시대였고 신라시대 때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지 않았는데 조선시대에 성리학이 대두되면서 잘못 해석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성종 총장님께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성종 전 꽃동네대 총장

“올해는 참 부끄러운 해입니다. 백 가지가 부끄럽습니다. 대통령도 불통 때문에 일을 키웠고, 국격을 떨어뜨렸지만 정치권도, 국민들도 부끄러운 상태입니다. 그런데 사실 대통령이 미용 시술을 받았다거나 미용실에 갔다는 등의 얘기를 창피한 줄 모르고 떠들고 있는 언론도 문제입니다. 국민을 도대체 어디로 이끌고 가려고 하는 것인지 걱정입니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찾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동양포럼을 통해 생명, 평화, 공존 등의 큰 주제를 갖고 해왔는데 사실상 누가 지금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존중하고 공존하며 살고 있습니까? 지금 한국의 정치를 보면 분열과 배타와 투쟁이라는 부정적인 것들에 매몰돼 있지, 어디에 평화가 있고 어디에 공존이 보입니까. 그것에 국민들이 빨려 들어가서는 안 되고 언론이 부채질하고 선동해서도 안 됩니다. 지금은 참 조심해야 하고 냉정해야 할 때입니다.”

 

▷김명기 부국장

“유성종 총장님께 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도 여쭙겠습니다. 한 평생 교육에 몸 담아 오셨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두고 보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시각은 보수와 진보진영에 따라 확연하게 갈립니다. 좌우 이념적 편향성에 의해 그 내용과 평가가 상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국민들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역사교과서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유성종전 꽃동네대 총장

▷유성종 전 총장

“중요한 것은 ‘한국 국민에게 어떤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보수사학자 중 어떤 사람을 아는데, 출판사들이 보수 사학자들을 배척해서 논문을 낼 데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 한국의 역사학계는 이런 식이에요. 일본 제국주의가 만든 실증주의사학이라는 명분 아래 갇혀 있는 사람들이 진보학자들입니다. 민족사관이라니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단군을 부정하고 싶어 일본 사람들이 실증사학 얘기를 한 것입니다. 그 일본 사람들의 실증사학에 갇혀 고대사는 무시하고 있어요. 지금 김 박사가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시는데 중심 잡고 있는 것이 ‘한 사상’입니다. 한국의 진보사학자, 실증주의 사학자들은 고구려는 인정하면서 발해는 인정하지 않아요. 삼국사기부터 발해가 없어진 거에요. 삼국유사에서는 단군 얘기를 하지만 삼국유사는 환인, 환웅, 단군을 3대로 생각하게 하는 착오를 국민들에게 준 것입니다. 환인, 환웅, 단군은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아니에요. 단군은 단군 조선 47대에 걸친 임금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역사를 일본은 단군신화로 만든 겁니다. 신화이기 때문에 실재하지 않았다고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국정이면 어떻고 검정이면 어떻겠습니까. 그것은 핵심이 아닙니다. 이것이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편향적으로 흘러가서는 안 됩니다. 저는 교육에는 보수와 진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그 자체가 진보입니다. 현재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키려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작용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에서 보수, 진보를 얘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왜 한국의 언론은 대한민국 교육을 보수, 진보로 가릅니까. 저는 그 자체를 강력히 부정합니다.”

 

▷김명기 부국장

“김태창 박사님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한·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북핵’이라는 큰 위험이 그 시발점이기도 한데요, 우리는 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는 미국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북한을 콘트롤 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눈치를 보기도 합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국에 둘러싸여 딜레마에 빠졌다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김 주간님께서는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 어떤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김태창동양포럼 주간

▷김태창 주간

“교과서 문제와 사드 문제는 별개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같은 문제입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라는 여성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여자와 비공식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국가의 정치와 정책과 의사 결정을 ‘공공권’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친밀권’에서 해버리고 말았다는 데 있는 것입니다. 공공적인 데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최태민, 최순실, 최순덕, 정유라라는, 박 대통령과 극히 친밀한 관계 속에 옮겨 놓고 의사결정을 하고 만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유능하고 찬란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강남 아줌마’에게 무시되고, 국가의 중요한 사항을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사적인 루트로 결정한 것에 대해 엘리트들이 공격하는 것입니다. 어느 시대나 희생양이 필요한 것입니다. 불만과 울분을 쏟을 데가 필요한데 어느 시대, 사회나 희생양이 있어야 해결됩니다. 마침 박 대통령이라는 여자가, 최순실이라는 여자가, 최순덕이라는 여자가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공공권을 훼손하고 그것을 친밀권 속에 압축시켜 거기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국정농단이 자행된 것입니다. 그래서 거기서 최고 지도자인 박근혜와 관련된 여자들을 몽땅 희생양으로 삼은 것입니다. 이것을 모르면 이때까지의 얘기가 전부 이해가 안 돼요. ‘서양 사람은 여성을 존중하고 한국 사람은 여성을 폄하한다’는 인식은 아주 잘못된 오해예요. 서양 여성관의 역사를 살펴보면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먼저 여성의 악마론입니다. 여자인 이브가 사탄의 목소리에 현혹돼 남자인 아담에게 속삭여 남자가 죄를 짓게 됐다는 것이 서양의 남자와 여자에 대한 최초의 스토리입니다. 이것이 서양 사회를 지배하고 여기에 대한 비판이 나오니 여성의 상품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예쁜 여성을 앞에 세우고 여자 배우나 여성 탤런트를 등장시켜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여성의 우상화로 변화합니다. 덮어놓고 여자라면 모든 진선미가 집중된 것처럼 생각하고 어머니는 지고지순한 존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서양 사회에서 여성관은 헐리우드에서 영화나 보고 느끼는 피부 감각적인 여성관이 아니라 한없이 여성을 격하시키고 비인간화시키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해 한국은 여성을 인간화시켰어요. 남성과 같은 인간으로 대우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가도 밖에서 일어난 일이 잘 안되면 몽땅 여자에 뒤집어 씌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녀사냥’입니다. 서양에서도 일이 잘 안되면 한참 동안 참다가 어느 여성을 특정해 세워 놓고 갖은 죄악이나 잘못된 것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태워서 국민들의 분노를 발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나라처럼 이것이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마녀사냥을 하려면 여러 죄목을 뒤집어 씌워야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죄목이 최순실과의 국정농단입니다. 지금 모든 일이 최순실이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교과서 문제도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인데 이번에 더 두드러지게 됐습니다. 겉으로는 일본에 한해 역사인식의 공유와 국교 정상화가 핵심 문제라고 얘기 하면서도, 일본과 역사인식을 공유하자고 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역사인식은 공유돼 있습니까? 다른 나라의 역사 인식을 공유하자고 하면서 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인식이 공유돼 있지 않나요. 먼저 초등교육에서 역사 인식의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진보와 보수는 정치적인 부분이지, 정치적인 구분을 교육적인 현장에 투입시켜 매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하면 안 됩니다. 사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한 대결 상태에서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는 사태 앞에서 대한민국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여기서 대한민국 건져낼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사드를 배치하지 말고 북한과 대화를 계속 해 해결하라고 하지만 대화 하는 동안 그쪽은 시간을 벌어 위험한 살상무기를 개발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시간을 번 것인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까. 민주주의도 그렇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은 법치주의입니다. 모든 갈등과 분쟁을 법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근간입니다.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따라 뽑혔고 임기 동안 하는 행위는 헌법적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그것을 정지시키려면 헌법적인 절차에 따라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헌법 절차로 규정된 탄핵 소추와, 헌법재판소에서 내릴 탄핵 인용 여부를 기다려야 합니다. 물론 국민적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폭력적인 시위 보다는 평화적인 촛불 시위가 낫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촛불 시위로 쫓아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평상심을 잃었습니다. 국가적인 비극을 반복하지 않고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마땅한 지 생각해야 합니다.”

 

▷유성종 전 총장

“두 분의 말씀처럼 한국은 여성을 그렇게 학대하고 차별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서양의 여성 참정권은 미국조차도 1950년대에서야 된 거예요. 자꾸 일부에서 서양은 앞서고 동양은 후퇴됐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유교의 철학이나 윤리에서도 ‘남녀유별’이라고 하는 것은 각각 대등한 정도의 직능이 있다는 데서 유별을 얘기한 것입니다. 그것이 잘 나타난 것이 종손과 종부의 취임식 길례입니다. 길례를 통해 종손과 종부가 탄생되는데, 종부의 권위는 양반집 전통사회에서는 대단한 것이었어요. 과거에는 그렇게 여성을 존중했지 폄하하지 않았어요. 결코 서양이 동양보다 남녀평등에 있어 앞섰던 것이 아닙니다.”

 

▷김명기 부국장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여성혐오에서 촉발된 이 사건은, 눈에 띄는 여성을 무작위로 살해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최근 한 충북도의원의 여성비하 언행도 문제가 됐습니다. 권수애 대표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왜 이런 상황들이 생기는 걸까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권수애 대표

“저는 그런 사건들을 ‘여성혐오’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사회를 분열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가정에서 남자와 여자가 유별한 것은 확실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남성들이 사회활동, 여성들이 가사활동 전담해 왔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남성들도 가사일도 같이 해야 하고 아이들 양육도 같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교육이 부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가정교육이 전혀 되어 있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녀가 같은 일을 해야 하고 사회에서도 같은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균형 질서가 확실하게 잡혀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모의 역할을 배우지 못하고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사회적 문제가 생깁니다. 앞으로 점점 저출산 고령사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맞벌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지원 시스템 강화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김명기 부국장

“2016년은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 역사가 격랑에 휩싸였던 한해였다고 볼 수 있었는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긍정항의 것들보다 부정항의 것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세 분 선생님들께 마지막 혜안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병신년을 뒤로 하고 정유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2017년에는 우리가 어떤 꿈을 꾸어야 할지, 어떤 일을 실천해야 할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계신 것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권수애 대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습니다. 가정에서부터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가정교육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입니다. 계유오덕, 닭에게는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합니다. 닭이 머리에 쓴 관은 학문을, 닭이 가진 발톱은 무예를 뜻합니다. 싸움을 잘 하는 기질은 용감함을, 모이를 잘 나눠먹는 습성은 인정을, 시간을 잘 지키고 중시하는 점은 신뢰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닭은 학문, 무예, 용감, 인정, 신뢰 등 오덕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닭이 상징하는 기운이 우리들에게 함께 해 암울한 2016년을 보내고 상서로운 새벽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새해 벽두에는 세화(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그린 그림)로 붉은 닭의 그림을 많이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여러 어려움이 많이 있었지만 정유년에는 사회와 국가가 안정되고 새로운 발돋움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유성종 전 총장

“저는 지난 500년 동안의 정유년을 살펴봤어요. 1417년 정유년에는 참서(미래의 일에 대한 주술적 예언을 기록한 책)를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1597년, 임진왜란과 관련된 정유재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정유년은 임진왜란의 끝을 위한 준비의 해였습니다. 이순신 장군에 의해 우리나라가 일본의 침략을 꺾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생긴 것이 바로 그 정유년입니다. 한국의 국격이 한없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이 당시 정유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임진왜란의 결과 인명의 손상이 굉장히 많았고 우리 산하는 완전히 황폐화됐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신분으로 인한 차별이 완전히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서족은 사람 취급도 못 받았고 시골의 벼슬은 지방(紙榜)에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향리가 중앙에 진출하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면역(免役) 같은 제도가 생기기 시작했고 노비라는 가장 천박한 계급이 양민이 될 수 있게 됐습니다. 임진왜란을 겪고 이처럼 긍정적인 사회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처럼 2017년의 정유년이 역사에 긍정적인 변혁의 해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사상면에서 보면, 임진왜란 뒤의 국민들에게 애국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적대심은 굉장히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관우숭배 사상이 그때부터 들어왔는데 약한 사람의 입장에서 일본에게 당한 뒤 적개심의 상대적인 경향이었습니다. 일본에 도공이 가서 일본의 문화를 바꿨고 이 퇴계 선생의 사상이 일본에 넘어가는 등 문화와 사상의 전파도 있었습니다. 그 후의 정유년을 60년 마다 살펴보니 문화적인 측면이 두드러집니다. 윤증 선생 부자의 관직이 삭탈된 것도 정유년이고 송시열 문집을 간행한 것도 정유년입니다. 광무 1년으로 연호를 바꾼 것도 정유년입니다. 고종 황제 즉위식도 정유년이었습니다. 정유년은 우리나라가 매우 중요한 새출발 했던 것을 알 수 있죠. 지금으로부터 꼭 60년 전인 1957년 야권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경고결의안을 제출했는데 좌절 됐어요. 현재의 사태에 비춰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그 해에 장충당 공원에서 국민주권 시국강연회가 열렸는데 장충당 공원 깡패들이 이를 좌절시키기도 했습니다. 어린이 헌장이 이 해에 나오고 한글학회가 30년 만에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같은 역사를 돌아보며 정유년 새해에는 지난 아픔들을 다 깨끗이 씻고 국민들 모두 새 희망을 품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태창 주간

“지금까지 제가 우리나라 현상사에서 보이는 어두운 면을 말씀드린 것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제 나름대로 가져온 인생관의 핵심이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어두움이 짙으면 밝음이 가깝다는 것, 그리고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어두운 면을 돌아보고 밝음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그것이 진짜 희망이지 어두운 면은 보지 않고 밝은 면만 보려고 하면 반쪽 희망 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여러분과 말씀을 나눈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앞으로 제가 하고자 하는 동양포럼과 관련해 새해에 우선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우리의 사상과 철학과 문화의 핵심을 간단히 말하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사상은 다른 나라 사상과 달라 화합의 인문학입니다. 사상과 철학과 예술과 종교가 융합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화(化)는 생화(生化)입니다. ‘살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최치원 선생은 생생화화(生生化化)라 했어요. 또 접화군생(接化群生)이라 하기도 하고, 여기에 더해 포함삼교(包含三敎)라고 했습니다. 우리 겨레의 기저에 깔려 있던 철학적 사상, 즉 유교, 불교, 도교가 이 안에 전부 들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국의 유교, 불교, 도교를 받아 들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풍류도 속에 원래 그런 것이 들어 있었는데 중국과 접촉돼 일깨워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우리의 사상은 접화군생, ‘만나서 사귀는 상대가 무엇이든 생명력으로 보고 생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생명을 진화 시키는 거예요. 살리고 또 살려서 바꾸고 또 바꾸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밑바탕에 깔고 ‘생화의 인문학’을 하려 합니다. 충북은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일컬어지는데 ‘청풍’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맑고 깨끗한 바람이라는 뜻 아닙니까. 이 더럽고 탁한 세상에 맑고 깨끗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청풍의 인문학’을 하려고 합니다. 또 청주에서 펼치는 운동은 개신의 인문학이어야 합니다. 저는 그동안 세계를 다니면서 낡은 차원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차원을 연다는 ‘개신(開新)’의 뜻을 펼쳐 왔습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생화의 인문학, 충북의 입장에서 볼 때 청풍의 인문학, 청주의 입장에서 볼 때 개신의 인문학, 이것이 제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세 가지 인문학입니다. 이처럼 인문학을 테두리로 삼아 철학과 문학과 예술과 종교가 혼연일체가 되어 인간과 국가와 세계를 더 좋게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이 인문학 운동을 잘 펼쳐나가면 학문이 다시 조정될 것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분야에 맑은 바람을 불어 넣고 접화군생, 즉 우리가 접하는 모든 것의 생명력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서양의 것만 눈 여겨 보고 우리 것을 소홀히 여긴 폐단을 없애고 우리 것을 갈고 다듬어서 세계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록 : 조아라 취재부 차장, 사진 :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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