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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산문집 ‘산문’ 호화장서판 발견
정지용의 산문집 ‘산문’ 호화장서판 발견
  • 동양일보
  • 승인 2017.01.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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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표지화에 연꽃·국화·봉숭아 그림 담아
인기화가 길진섭과 함께 제작… 책 불티나게 팔려
▲ 김묘순 수필가.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의 산문집인 ‘산문(散文)’의 호화 장서판이 인사동의 한 경매장에서 발견됐다. 이같은 사실은 지용의 고향인 옥천에서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묘순(53·전 동양일보 옥천지역담당기자) 씨가 본보에 알려오면서 밝혀졌다, 이에 동양일보는 김씨가 본보에 보내 온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깜짝 놀랐다. 1949년에 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표지화에 덤으로 길진섭의 그림이 하나 더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발견된 ‘산문’의 표지화에는 연꽃이 세 송이 피어 있는 비교적 화려한 모양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는 ‘헨리 월레스와 계란과 토마토와’, ‘산문’ 등 49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부록으로 월트 휘트먼의 역서 ‘평등무종(平等無終)의 행진’ 등 12편이 수록됐다.
이 책의 장정은 길진섭(1907~1975) 화백이 맡아 문학계와 미술계에 큰 의미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더군다나 발간된 지 60년을 훌쩍 넘는 세월동안 숨어있다 발견된 희귀본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꽃이 그려진 것과 달리 지금까지 세간에 알려진 ‘산문’ 표지화는 국화 두 송이가 피어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표제화는 봉숭아가 피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림을 그렸다. 목차는 책 앞쪽에 놓고 목차 뒤에 ‘장정·길진섭’이라 표기했다. 책등에는 저자 표기 없이 ‘산문’이라고만 깔끔히 정리했다. 
표지화가 다른 두 책 모두 1949년 1월 20일 명진인쇄소 인쇄, 같은 달 30일 동지사에서 발행했다.
발행일이 같은 책인데 표지화가 다른 경우는 드문 예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표지화를 길진섭이라는 작가가 한 책에 두 가지로 나눠 그렸을까? 의구심이 일었다.
이는 후에 누군가가 거짓으로 표지화를 농락하였을 경우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인사동의 이곳은 경매로는 역사도 깊고 유명한 곳인데 이런 가벼운 장난을 할 이유는 희박하다고 보인다.
필자는 또 다른 이유를 찾아 기웃거렸다. 책의 서문격인 ‘머리에 몇 마디만’에서 그 실마리가 보였다. 그는 교원을 그만두고 틈틈이 모은 원고를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스마트한(인지도가 높은) 동지사에서 발간한다. 정지용은 아들 장가들인 비용을 이것으로 장만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보면 책의 판매량에 신경을 쏟아야 했고, 그것에 관심을 두었을 것이다. 당시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종으로 표지화를 제작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변화롭게 표지화를 두 가지로 구분하여 그린 것은 아닐까?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서인지 필자의 질문에 문학평론가이면서 ‘지용 전문가’인 이숭원(61·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는 “실제로 그 당시 이 책은 꽤나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1940년 평양, 의주, 선천, 오룡배를 정지용과 함께 기행했던 길진섭도 당시 인기 있던 화가였다. 당시 ‘산문’은 최고의 시인과 화가가 만든 책이었다. 그러니 이들의 결합에 힘입어 판매부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48년 8월 해주에서 열린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에 남한의 미술계대표로 밀입북, 참가하고 나서 북한에 정착한 길진섭은 영영 정지용과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산문’이라는 책으로 지금까지 같이 묶여져 있을 뿐이다. 더구나 길진섭이 북으로 간 다음해 ‘산문’은 발간됐다. 이는 그가 정지용의 ‘산문’을 위해 남쪽에 남기고 간 거의 마지막 작품일 것이다.
길진섭은 정지용의 ‘산문’ 외에도 ‘문학독본’(1948), 이육사의 ‘육사시집’(1946), 최명익의 ‘장삼이사’(1947) 등을 장정하며 당시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인물이다.
혹자는 표지화가 다른 것 하나 발견됐다고 무슨 호들갑이냐고 눈을 흘길 것이다.
그러나 표지화의 장정은 장정가, 저자, 출판사의 생각과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적 상황과 경제적 여건을 총체적으로 반영한다.
한 권의 책은 그 시대의 문화, 경제, 예술, 역사를 반영한 귀중한 산물인 동시에 독립된 예술품이다. 그러므로 책의 장정은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정지용의 ‘산문’ 표지화는 문학과 미술의 역사며 시대의 증인이므로 눈여겨 보고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고향 옥천에 자리한 정지용문학관에서 이러한 귀중한 자료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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