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 교수)

▲ 신기원(신성대 교수)

 Leader는 Reader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구성원들의 자발적 지지를 끌어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한데 독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자질과 능력, 경험과 지식, 전문성과 도덕성 등 지도자에게 필요한 요소는 많다. 따라서 독서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념과 정책을 수용하고 역사의식을 키워나가며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면 리더십은 확장될 것이다.
 독서와 리더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책을 안 읽은 사람, 책을 읽기만 한 사람, 책을 읽고 깨우친 사람.
 먼저 책을 안 읽은 사람은 뭣도 모르고 지도자를 하는 경우이다. 운이 아주 좋아서 지도자반열에 올랐거나 세습을 통해 지도자 지위를 물려받은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인생에서 대박이 터져 횡재를 한 경우 뭣도 모르고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드물고 대개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아 지도자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류들이 여기에 속한다. 신분제국가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권력과 명예는 이제 더 이상 자손과 함께 나눌 수 없다. 재산만 유일하게 나눌 수 있다. 사람들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돈의 세습으로 인해 지도자 자리에 오른 사람은 별다른 노력 없이 지도자가 된 사람들로 대개 버릇이 없거나 배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뭣도 모르는데 지시를 내리니 구성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들은 성장하면서 고생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부족하다. 굳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본인 얘기만 전달해도 일이 제대로 풀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의를 하거나 대안을 제시해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조직에서는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라는 말이 회자된다. 구성원이 모래알이 되는 것은 지도자가 접착제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을 읽기만 한 사람은 책 내용을 알기는 하는데 그것을 실천하기보다 자기생각대로 하는 지도자이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영역이 바로 이 지점이다. 지도자도 마찬가지이다. 자수성가를 했든 자본의 세습을 통해서든 배움이 있었고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는 길을 알고는 있으나 리더십은 본인의 성격대로 발휘하는 지도자가 여기에 속한다. ‘소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이 있듯이 지도자들 중에 본인의 성공신화에 매몰되어있거나 성격적으로 고집이 세거나 편견이 심한 경우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현재도 잘나가는 지도자들 중에 이런 부류들이 많다. 왕년에는 어떠했다는 얘기를 반복하는 지도자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시대조류나 변화를 구성원들에게는 수용하라고 하고 정작 본인은 외면한다. 본인은 거기서 벗어나 있는 예외적인 존재라는 생각 때문이다. 구성원들과의 괴리, 현실인식의 오류로 겉으로는 지도자이지만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 어려움이 닥치면 조직이 붕괴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깨우친 사람은 조직원들의 가려운 곳을 알고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지도자이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가슴으로 느껴서 발로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사람들은 유혹에 약하다. 내 돈의 향방에 예민하다. 특히 돈 많은 사람들은 돈에 관해 특유의 인색함과 냉철함이 있다. 그들이 낸 세금을 살펴보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오뚜기 창업주의 이야기는 시사점을 준다. 작년 말 최순실국정농단스캔들로 재벌들은 국정조사 청문회에 끌려 나와서 정경유착의 실상과 한국에서 재벌들이 그렇게밖에 생존할 수 없음을 고백하였다. 특히 이재용삼정전자부회장은 상속받은 재산과 현재 재산 그리고 그동안 세금은 얼마나 납부했는지에 대해 버벅거리는 말투로 죄송하다는 말만 읊조렸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고부자의 민낯이다.
 국민들은 이제 제대로 된 지도자들을 원한다. 분야가 경제계라고 해서 다르게 볼 일이 아니다. 내가 번 돈이라고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된다. 다 국민들을 상대로 장사해서 번 돈 아닌가. 정당하게 벌어서 정당하게 쓰는 풍토를 만드는 지도자들이 많아야 사회도 진화하고 국격도 높아진다. 깨우친 지도자들이 함께 하는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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