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해 연일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기대선 체제에서 유력한 대선후보이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객지생활을 하고 돌아온 그이기에 공백을 얼마나 만회하느냐도 과제다. 지난 14일 그의 고향인 음성을 방문했을 때 1000만 환영인파가 그를 맞았다.
누구보다도 충청권 대망론을 현실화 해줄 가능성이 높은 유력 주자이기에 언론의 관심 또한 남다르다. 청년의 꿈 실현, 소통, 개헌, 희망, 국가안보와 사드배치 환영 등 수많은 키워드를 남긴 그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바로 지역적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는 ‘충청권 대망론’의 한계를 경계하는 발언이었다. 충북의 아들이지만 수도권과 영·호남 등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지역경계를 허물고 모두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지역감정을 의식해서인지 지난 11일 반 전 총장이 귀국하기 하루 전 충북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는 ‘충청권 대망론’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충청권 대망론의 주인공은 지역출신의 대통령이라기보다 충청지역 발전에 누가 더 큰 공헌을 할 수 있는가를 놓고 따져야 한다며 충북 출신 반 전 총장을 견제하는 발언을 남기고 떠났다.
지난 15일 국민의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박지원 의원은 반 전 총장에게 신 DJP(김대중+김종필)연합전선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지역주의와 패권주의를 전례 답습하는 구태정치로 비쳐져 유권자들에게 환영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반문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빅텐트론’에 국민의당 박 대표도 한 축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심을 버리지 않는 한 빅텐트론의 현실화는 요원할 것이다.
사실 충청권 대망론은 그동안 지역적 한계를 보여 왔다. 2001년 8월 자유민주연합 명예총재였던 김종필(JP)씨가 미국 뉴욕에서 ‘차기 지도자는 경륜이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JP여권단일후보론’을 들고 나온 것이 충청권 대망론의 시작이다.
하지만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충청권 전면공략에 나선 상황에서 자민련 사수를 위해 나온 JP띄우기는 명분과 역량이 부족해 지역당의 한계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이후 16년이 지나면서 충청의 간판 정치인들이 대망론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인제 전 의원이 경기지사를 내려놓고 신당을 창당해 대권에 도전했으나 좌절됐다. 그리고 이  전 의원은 수년이 흐른 지난 15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표 보수정당 새누리당을 살리기 위한 대선출마를 공식화 했다.
국민중심당을 창당했던 심대평 전 충남지사, 강창희 전 국회의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충청권 대망론의 나래를 제대로 한번 펴보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했다.
JP는 전설이 됐고 이완구는 추락했으며 이인제는 낙선했다. 포스트 JP를 꿈꾸는 충청권 정치인들에게 기회가 왔지만 어쩌면 반 전 총장의 말대로 충청권이란 프레임은 지역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든 굴레요, 멍에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금 ‘충청권 대망론’을 경계해야 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검증이란 명목아래 무차별적인 후보 흠집 내기도 그만둬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