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박장미 기자

“독서가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취업을 위한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는 당장 주지 못하기 때문에 책을 읽기 보다는 대외활동, 스펙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한 대학생의 말이 기억난다.

취업전쟁에 내몰린 대학생들에게 인문학이나 교양 도서를 읽는 일은 사치스러운 여유쯤으로 여겨진다는 누군가의 지적을 확인할 수 있었던 대화였다.

요즘 대학 도서관내 온도차가 극명하다고 한다. 개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열람실은 공부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책을 빌리는 서가는 사람이 없어 썰렁할 정도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대학 도서관을 들렀을 때에도 저마다 문제풀이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시집이나 소설책 등을 보고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대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현실은 수치로도 명확히 나타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학술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지역 4년제대 재학생 7만5228명이 대학 도서관에서 52만1014권의 책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인당 평균 6.9권의 책을 대출한 것으로 2015년 평균 7.7권보다 0.8권 감소한 셈이다.

이렇게 캠퍼스에서 책을 읽는 대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이유로 ‘취업’이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터넷 강의와 하루 공부 목표량을 채우기에도 바빠 교재 이외의 책은 볼 수 없다는 한 공시생의 말처럼 학점관리, 스펙 쌓기, 대외활동, 시험 준비 등으로 하루 스케줄이 꽉 차있는 것이 요즘 대학생이다.

책이 주는 즐거움과 낭만을 잊은 채 그 어느 해보다도 강력한 고용 한파에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마저 빼앗긴 대학생들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대학생들에게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 같은 책의 신세가 씁쓸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하루에 짧은 시 한편 정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취업 준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 줄 것이다.

대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책이 주는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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