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청주대명예교수)

어떤 현상이나 대상들에 대하여 논리를 세우고자 할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그 현상이나 대상 등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나 가치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 시대의 광개토대왕, 조선시대의 세종, 세조 등을 예로 삼아 ‘바른 관점 정립’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광개토왕(374~412)은 고구려 19대 왕으로 역사상 최초로 연호를 사용하였고 영토를 남북으로 넓힘은 물론 만주까지 확장함으로써 대왕으로 칭송받고 있다. 이에 더하여 위대한 정복자로서, 고구려 최전성기를 구가한 인물로서 묘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세종(1397~1450)은 조선 4대왕으로서 학문 연구를 위해 집현전을 설치하고 고유의 언어인 훈민정음을 창제하였으며 측우기를 발명하여 농경술을 개선하는 등 괄목할만한 치적을 남겼다. 거기다가 민본, 애민정신등으로 군왕의 자리를 지켰다하여 성군 내지 ‘해동요순’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리고 세조(1455~1468)는 조선의 7대 왕으로 어린 나이의 조카인 6대왕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험지인 영월 청룡포에 위리안치 후 사망케 하는 패악을 저질렀는데도 치세를 잘한 군왕으로 서술되고 있다. 어떤 관점에서의 평가인가와는 상관없이 기성인들은 역사책을 통해 이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 아무리 일반론이라도 이러한 평가는 ‘모든 현상이나 대상 등은 바른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바른 관점 정립’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모든 현상과 대상은 일반적인 원리나 법칙으로 풀이되는 과학을 뿌리로 하고 있고 과학은 바른 개념을 출발점으로 하며 바른 개념은 본질을 핵심으로 표현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본질을 핵심으로 한다는 것은 모든 현상과 대상이 시공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변할 수 없는 진리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천년이 가도 세계의 어느 지역인가와도 관계없이 인간은 정직하고 도덕적이며 양심적이어야 하고 사회는 인본과 정의 및 공동체 의식 등을 기본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과 현상이나 대상 등은 이러한 전제 하에 평가하여야 한다는 것 등을 말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세계의 모든 인류는 각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나 사회는 이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만이 바른 관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광개토왕은 고구려 입장에서는 영토를 확장한 공을 세운 것으로 높게 인정받을 수는 있겠지만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답게 살 권리를 부여받았기에 어느 누구도 이를 침해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 살상의 타국침략은 용인될 수 없는 반인간적 행위였다고 기술되어야 한다. 그래야 본질에 맞는 바른 관점 정리라 할 수 있다. 또한 세종은 만세에 빛날 문자(한글)를 개발하였고 여러 가지의 발명품을 통하여 국부증대를 도모하였다. 이러한 치적에 대하여는 얼마든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헐벗고 굶주리는 백성이 많은 상황에서 본인은 왕의 지위로 고대궁궐에서 여러 명의 부인과 보통 가정의 몇 배에 이르는 자식을 거느리며 호의호식하였으니 백성의 복지를 위해 전력투구하여야 할 국정최고책임자의 본질적 책무와는 거리가 먼 통치자의 길에서 안주하였다고 볼 수 있다. 세조 또한 부국강병에 진력, 국력을 증강시킴으로써 대왕으로 서술되고 있지만 그는 왕권쟁취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추종자들과 함께 조카인 단종(조선 6대왕)을 폐위시키고 더 나아가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에 위리안치 시켰으며 급기야는 목숨까지 빼앗는 반천륜적 만행을 저질렀다. 이는 인륜과 인권 등을 짓밟은 행위라는 점에서 반인륜적 군주로 기록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중국의 만리장성(6000km)이나 최근 시도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권 하의 멕시코 장벽(3200km) 등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 절하 되어야 마땅하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후대에 관광명소로 부각되었지만 그 성벽을 쌓기 위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명과 안녕이 몰수되었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고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축조는 국가 간에 굳게 닫힌 빗장을 풀고 하나의 지구촌 가족으로 살아야 한다는 세계화 시대의 이념에 역행하는 것이다.
모든 현상과 대상은 인본주의, 정의, 도덕적 사회적 규범 등을 본질로 하여 관점이 정립되어야 한다. 결코 특정인 및 특정집단의 편견이나 기호 또는 유불리에 의하여 판단되고 평가되어서는 아니 된다. 역사나 인류 앞에 정정당당하여야 한다. 바른 관점에서 조명(스크린)되고 여과(필터링))되며 사회문화(생활양식)로 착근되어야 한다. 요즈음의 국내외 사태를 보면서 세상에 던지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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