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명 충북도 동물보호팀장

 

얼마 전까지 맹위를 떨치던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기세가 이제 한풀 꺾인 듯하다. 우리 충북 지역은 벌써 40일 가까이 AI 의심신고가 없다.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방역활동에 최선을 다하면서, 한편으론 AI와 관련된 제도적인 보완점도 하나씩 살펴봐야 할 때다.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충북은 바다와 같은 천혜의 방역대가 없다. 경기도나 충남과는 도로 또는 작은 하천을 경계로 하고 있어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토 교통의 요충지인 만큼 사람들의 교류와 물적인 유통도 활발하다.

충북의 가축 사육량을 보면, 오리만이 전국의 17% 정도로 3위에 올라있고, 전체적으로 볼 때는 전국 6% 내외 수준이다. 하지만 도내에는 18개나 되는 도축장이 있어 전국 도축물량의 18%를 처리하고 있다. 도축된 축산물을 2차로 가공하는 공장도 많아 수도권에 대한 축산물 공급의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축장과 축산물 가공유통이 가져다주는 부가가치나 고용 창출효과는 지역경제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지리적 요인과 활발한 축산물 유통이 가축전염병에 대해서만큼은 취약한 상황을 초래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AI가 도축장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기도 한다. 게다가 2011년에는 순수 지방세로서 지방재정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도축세마저 폐지돼 도축장은 더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환영을 받지 못하게 됐다.

요즘 전국적인 AI 발생으로 지역사회가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농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도 재정적인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AI는 특히 농촌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재정여건이 넉넉지 못한 농촌형 지방자치단체일수록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2012년부터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개정으로 살처분 보상금 중 국비가 80% 이상 지원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80%를 초과해서 지원한 사례는 없다. 나머지 20%는 온전히 지방자치단체의 몫이었다. 또한 매몰비용도 100% 지방비로 감당해야 한다.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친환경 매몰비용 방식을 적용하면서 비용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농가 부담비율을 늘리면서 매몰지의 안전성에 위협을 주기도 한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가축방역세’다. 가축방역세가 신설되면 정부와 지방의 균형 있는 재투자가 가능해 진다. 방역예산의 대부분을 국비에 의존해야하는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축산시설 개선이나 가축 방역, 도축장 환경개선 등 더욱 폭 넓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AI와 같은 재난성 가축전염병에 대해서는 보다 신속한 조치와 안전한 처리가 가능해 진다.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면 납세자의 부담이 늘고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목적세인 가축방역세의 도입을 통해 축산농가, 도축장 등에 대한 재투자가 활발해 지면 축산물의 위생과 안전성이 향상되는 만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견대로 AI 발생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가축방역세’ 신설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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