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충돌·저속철 우려…고향 논산 설치도 반대

▲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7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최지현>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새누리당 최초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대권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KTX세종역 신설 반대’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특히 고향 논산에 추진되는 ‘논산훈련소역’에 대해서도 동조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최고위원은 7일 충북도청에서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출마 계획을 알리는 언론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세종) 국회의원과 세종시 주도로 진행되는 KTX세종역 신설 움직임과 관련, “한마디로 정신 나간 이야기”이라고 일축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철도가 도시철도도 아니고 여기저기 역을 만든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라며 “나라를 망가뜨리자는 얘기”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고속철도역을 하나 만드는데 1000억원 이상 들고, 유지관리비도 엄청나다. 가까이 오송역이 있는데 이해관계 충돌은 또 어떻게 할 것이냐”며 반문 한 뒤 “결단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속철도가 지나는 안양·수원도 다 있어야 될 것 아니냐”며 “논산에 설치되는 것도 동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TX고속철도에 충청지역 일부 정치권과 지자체들이 추가로 정차역을 건설하려는 것에 대해 ‘저속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해 8월 말 발주한 세종역 타당성조사 결과 발표가 다가오면서 호남선 KTX가 지나는 충청권 모든 구간의 KTX역간 거리가 20km대로 좁혀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충청권에는 KTX가 지나는 곳에 이미 3개(공주, 오송, 천안아산)의 역이 있는데 여기에 논산훈련소역과 세종역 신설 움직임이 활발하다.

논산훈련소역은 설계비 3억원이 올해 국토부 예산에 포함돼 사업에 속도가 붙었고 세종역 또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해찬 의원이 강하게 밀어붙여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호남선 KTX(상행선)는 목포(여수)를 출발해 충청권 자치단체인 ‘논산~공주~세종~오송~천안’을 거쳐 서울로 올라간다.

현재 신설 움직임을 보이는 2개 역사 건설이 확정되면 사실상 호남선 KTX가 지나가는 충청권 모든 지자체에 KTX역이 들어서는 것이다.

이처럼 역이 많아지면 역 간 거리가 좁아지고 운행 속도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어 KTX가 지하철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논산훈련소역 예정지는 인접 역인 공주역과 불과 22km 떨어진 곳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세종역이 신설되면 역간 거리가 44km인 공주역~오송역 사이에 들어선다.

하루 이용객이 400명에 그쳐 유령역으로 전락한 공주역을 20km 사이에 두고 양쪽에 논산훈련소역과 세종역이 들어오는 셈이다.

오송역과 천안아산역 구간 거리가 28km인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충청권의 모든 호남선 KTX역 간 거리는 20km대로 떨어진다.

논산훈련소역, 공주역, 세종역, 오송역, 천안아산역 등 5개 KTX역이 모두 20km 정도 거리에 다닥다닥 붙으면서 속도가 생명인 KTX에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국내 고속철도의 적정 역 간 거리로 제시한 57.1km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논산시는 훈련소역은 일주일 중 입영이나 면회 날짜인 월·화·목의 특정시간대만 정차하는 특수목적역으로 기존철 역사의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근 공주역이 위치한 공주시의 생각은 다르다. 공주시는 가뜩이나 이용객이 적은 상황에서 공주역을 사이에 두고 세종역과 훈련소역이 신설되면 이용객은 더욱 감소하고 역세권 개발도 어려워 질것이라며 반대 입장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이 안정을 찾는 대로 세종역 신설 등에 대한 생각을 당에 분명이 밝히겠다”며 “역 신설이 추진되더라도 국회에서의 예산배정 단계부터 논란이 없도록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관련기사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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