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자지체장들이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다가 감사에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합동감사 자료에 따르면 여러 지자체장들이 업무추진비를 현금화해 상품권을 구매한 뒤 격려금 명목으로 사용해 적발된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일부 지자체장은 많게는 수억 여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로 일부는 상품권으로, 나머지는 현금으로 바꿔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하니 망신살이 뻗친 모양 세다.
휴가기간 중에도 증빙자료가 없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다가 적발된 지자체장도 있다고 하니 ‘쌈짓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결론이다.
업무추진비는 '지자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행자부 예규인 '지자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관련법령에 업무추진비는 지자체장과 보조기관, 의회 의장, 소속 행정기관 장 등이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과 지자체 행사와 시책 추진사업, 투자사업을 위한 비용이라고 규정돼 있다.
격려금과 조의금, 축의금 등 현금 집행이 불가피한 경우 사용이 가능하다고 예외규정을 둬 합법적 지출은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자체장이 마음대로 사용할 경우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는 문제다.
지자체장들이 쓰는 업무추진비 가운데 지출이 가장 많은 분야는 단연 ‘밥값’이 1순위라고 한다.
대다수 지자체는 사용처와 인원, 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제멋대로 내역을 표시했다가 규정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지자체장 직무활동 범위도 이재민·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격려·지원과 언론·협약관계자와 내방객에게 특산품과 기념품, 식사 제공 등 항목별로 구체화 돼 있다.
업무추진비 집행기준을 법제화한 이유는 선거법 저촉과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용처는 정해졌지만 제대로 썼는지 검증할 수단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집행 등에 관한 세부기준과 지출 증빙서류의 기재사항은 행자부장관이 별도로 정할 수 있다는 정부 차원의 통일된 업무추진비 공개 지침도 없다고 하니 쓰임새가 제멋대로다.
업무추진비가 어떤 예산인지 대다수 국민들이 잘 모르고 관심도도 낮다.
최근 법원은 지자체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공개하라며 한 음성군민이 군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거래 상대방의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의 이유로 지자체가 비공개한 상세 내역은 물품대금과 식비를 쓴 사업장에 대한 정보로, 실제 지출 여부를 담보하는 핵심부분이라고 판시했다고 한다.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국민에게 당연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일부 사업자 정보가 공개되고 다소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더라도 지자체를 상대로 거래했다는 정도에 그칠 뿐 고도의 사적인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결했다고 한다.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대다수 지자체는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 공개를 꺼려했던 게 사실이다.
각 지자체는 이제라도 국민이 알고 싶은 정보를 알려줄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더 이상 민원인을 상대로 질질 끄는 송사를 벌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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