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노골적 보복 조치가 ‘금도’를 넘고 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의 ‘칼날’은 비이성적이다. 중국이 가한 롯데에 대한 보복은 롯데라는 한 기업에 대한 것일 뿐만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에 대한 정면도발이기도 한 까닭에 문제의 심각이 있다.

중국은 롯데그룹 계열사의 사탕 제품까지 통관을 불허했다. 롯데의 중국 홈페이지는 해킹으로 전면 마비됐고, 중국 거대 온라인 쇼핑사이트가 ‘롯데마트관’을 폐쇄했으며, 중국 싱크탱크는 방한 기간 머물 롯데호텔의 예약을 취소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다. 나아가 롯데 불매운동은 사실상 선동 수준이다. 이런 일련의 행태들은 이미 예고돼 왔었다.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유통시설에 대한 중국당국의 일제점검이나, 롯데와 롯데 거래처가 모든 리스크를 부담하는 방향으로 신용장 발급 조건이 변경된 것이나, 일부 식품사가 중국내 온라인 쇼핑몰 재입점 심사에서 ‘예상 못할 탈락’을 당한 것 등등 수도없이 많다.

중국은 여기에 덤으로 추가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롯데 뿐만아니라 삼성, 현대 등 한국기업으로까지 불매운동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유명 포털사이트 왕이(網易) 뮤직에서 한국 음악 차트만 사라졌는가하면 동영상 사이트 PPTV에서도 한국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중단되는 등 ‘금한령(禁韓令)’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군 예비역 소장인 뤄위안(羅援) 군사과학원 국가고급학술위원회 위원은 사드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을 주장하는 강경책을 내놓기까지 했다. 성주에 있는 롯데 골프장에 배치되는 사드진지를 중국에 위협이 되는 ‘고위험 지구’로 선포하고 필요한 경우 하드킬 무기로 타격을 가해 손쓸 수 없는 비상사태로 만들자는 것이다. 노골적인 무력 위협이다.

자칭 ‘대국(大國)’이라는 나라가 이런 치졸한 보복을 가하는 것을 보면 거기엔 대인배의 혜량보다는 소인배의 셈법만이 있는 듯하다. 중국 매체들은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을 충동질하고 당국은 이를 멀찍이 지원하는 모양새다. ‘참 속 좁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니라면 그들에게 한국은 고려나 조선시대처럼 조공을 바치는 나라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 정부의 ‘조급증’도 문제였다.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과의 공고한 공조를 위해, 북핵의 위협에 방어적 기재를 마련하기 위해 사드배치라는 강수를 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거기엔 탄력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필요했다. 강대강으로 나설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외교적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 말 속에 여백과 행간을 설치해 마찰을 최소화해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이미 정치·경제적 큰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 틀의 기본적인 바탕은 공동이익이다. 공동이익 고수를 위해 이제라도 양국이 한 걸음씩 떨어져 이 사태를 냉정히 바라보고 머리를 맞대 현명한 해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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