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발언 자제하고 세계 속 충북 나아갈 방향 제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8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한 달 여 만에 고향 충북을 찾았다. 이날 청주시 청원구 그랜드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충북경제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최지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오후 청주시 청원구 그랜드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로부터 ‘자랑스러운 충북인’ 공로패를 받고 있다. <사진·최지현>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반기문(73·사진)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8일 대선 불출마 선언 후 모처럼 고향인 충북을 찾아 ‘급변하는 국제사회와 세계경제 전망’이란 주제 강연을 펼쳤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에서 열린 충북경제포럼 초청 강연에서 정치적 발언은 자제한 채 국제사회에서 충북도민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반 전 총장은 “UN의 3대 기본 정신이 세계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인권보호인 것처럼 지금 우린 한마음 한뜻으로 정치, 경제, 안보를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G2(주요 2개국)에 오르는 등 우린 미묘한 국제 정세 속에 살고 있다”며 “사회 지도층이 확실한 역사관과 국제관을 갖고 사람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또 “눈부시게 발전한 정보통신의 혁명으로 세계가 좁아졌다”며 “한국인, 충북도민 등을 따질 때가 아니라 세계적인 기준과 안목을 가진 ‘세계 시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 총장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 했다”며 “대한민국과 충북이 얼마나 빨리 이 대열에 합류하느냐가 선진국이 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총장은 또 232개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지도력이 세계 속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반 전총장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국위를 신장하는 데 앞장서 왔고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명으로 돌아왔다”며 “하지만 전직 UN 사무총장으로 통일 등 한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친 반 전 총장은 고향에서의 추가 일정 없이 상경했다.

반 전 총장이 지난달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외부행사에 나선 것은 전날 서울에서 열린 ‘인망포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포럼에서 반 전 총장은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분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드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말해 중국의 통상압박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유력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반 전 총장의 강연을 보러온 참석자들은 대부분 지역 경제·사회단체인이었고, 정치인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충북경제포럼은 이날 강연에 앞서 반 전 총장에게 ‘자랑스러운 충북인’ 공로패를 전달했다. 반 전 총장은 이달 하순께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단기 교수직을 맡아 강단에 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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