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찰(패권)국가를 자임해온 미국이 화학무기 살포 만행을 저지른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단독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 그것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의 호화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부 동반 만찬을 하고 1시간 후 공격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런 행동이 북한과 중국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키자 즉각적으로 응수함으로써 핵과 미사일 개발이란 벼랑끝 전술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과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중국도 예외일 수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 것이다.
가뜩이나 대북 선제타격론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지난 7일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표면적으로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은 민간인 7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친,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살포 만행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또 말 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트럼프식 문제 해결 방식의 첫 군사력 동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독가스 살포를 ‘인류에 대한 끔찍한 모욕’으로 규정하고, 알 아사드 정권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난했다. 그러고 바로 다음 날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60∼70발을 쏟아부어 화학무기 공격의 근거지로 쓰인 시리아 공군기지를 초토화했다. 그 단호하고 전격적인 서슬에 가슴 속이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공격 결정이 내려진 과정과 시점도 절묘하다. 트럼프는 만찬장에서 "우리는 이미 긴 대화를 나눴지만 얻은 게 전혀 없다"고 시진핑 주석에게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의 답변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반응이 트럼프의 공격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요즘 한반도 정세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보다 더 아슬아슬하다. 미국이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날 북한의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에 김 위원장이 시리아 집권 바트당의 창건 70주년 축전을 전날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내용을 실었다. 그렇지 않아도 악화일로인 미국 내 반북한 정서를 더 나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토마호크로 얻어맞는 시리아를 보고 북한이 돌아가는 정세를 냉정하게 읽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불거져온 대북 선제타격론은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부터 최근 며칠간 대북 경고 수위를 계속 높여왔다. 정상회담 장소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도 “중국이 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경고발언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이 시리아를 전격 공격했다. 대북 선제타격론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우리 입장에선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 최후의 수단은 적의 의도를 꺾는 데 그 존재 목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도 현실을 정확히 보고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북핵 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있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몰고 갈수록 대북 선제타격 공식화,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 주한미군 전력 강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포함한 한-미-일 미사일방어(MD)체계 강화 등 군사적 긴장관계는 더욱 험악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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