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송 (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동양일보)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개혁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교육이 본질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육체계는 근대의 형식성을 근간으로 성립된 의식구조에 그 뿌리를 틀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의 교육개념과 학습방법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 형식과 실질이 서로를 보증해야하는 현대의 교육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형식의 시대가 형식에게 실질을 추론(推論)항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한 것은 실질의 미약성(微弱性)을 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를 실질과 형식이 같아야 하는 시대에도 유지시킨 것은 필연적으로 사회구조 전체의 왜곡을 가져왔다.
  인간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주도적으로 깨닫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능동적인 생각이다. 이것이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의 삶의 모든 것을 정하는 실질적인 요소다. 사고의 능동성이 존재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의심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모든 가치는 여기에서 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스스로의 욕구에 의해서 공부하는 학생과 타인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공부하는 학생은 그들이 이룬 성취도를 따지기 전에 그들의 인생에 관해 이미 다른 잣대로 평가받는다. 스스로의 욕구로 국가를 지키려는 군대가 강제된 환경에서 할 수없이 전선에 선 군대와 같은 취급을 받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 결과가 같을 리가 없다.
  교육은 모든 사회시스템의 인프라이다. 이것은 교육이 철저히 형식적 측면에서의 접근을 불허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인간은 근본적으로 교육적이다. 어린이가 모국어를 익히고 앉고 걷는 행위는 철저히 자기교육으로부터 온다. 생물의 진화욕구는 인간에 와서 정점을 찍는다. 이 자연적인 욕구를 체계를 통해 효율화 한 것이 교육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그 뿌리에서부터 자율적 발전욕구를 필요조건으로 한다. 어린아이에게 스스로 걸으려는 욕구가 없는 한 여하한 교육수단으로라도 그 아이를 걷게 할 수 없다. 교육이 생계수단을 추구하는 형식적 방법으로 정의되어 있는 사회가 그 구성원들을 능동적 사고를 가진 객체로 키워낼 수 없다. 스스로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개념화 할 수 없는 인간은 바로 이 시스템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갖는 일에 비사회성을 부여하고 대신 이미 만들어진 체제에 스스로의 존재형태를 어느 정도로 끼워 맞출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한 사람의 성취도를 평가한다. 이것은 이미 교육이 아니다.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정해 놓은 과정을 이수하여 그들의 인생을 보조하는 부품으로서의 생활에 만족해야 한다면 이것은 교육의 반동이다. 이를 체계화한 학교에서 이 생각을 벗어날 의욕이 없어야 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특성과는 아무 관계없이 짜인 과목과 교과과정을 이수해 내는 것을 교육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절망을 향해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은 자신의 가치를 찾아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란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다.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진화의 욕구를 육체적 삶의 굴레에 가두는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또한 정신적 가치를 만들 기회를 빼앗지 않는 일이다. 이를 빼앗는 일은 교육이 아니라 반교육이다.
  인간은 인식의 동물이다. 성악설을 견지하는 사람에게 성선설은 비논리로 뭉쳐진 허구다. 마찬가지로 비교육을 교육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시대의 교육개혁을 논함에 있어서 지금은 교육의 시행방법에 관한 논의로 흥건해질 때가 아니다. 교육 자체에 대해서 개념의 왜곡을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확보하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일에 집중할 때이다. 학생은 자신의 인생을 발전시키려는 욕구가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 내에 존재함을 깨달아야 하며, 교사 역시 가르치려는 욕구보다 자신의 인생을 가치화할 능력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그래야 생활인으로서의 교사란 직업을 가진 존재를 넘어설 수 있다. 학교는 이들을 규제하는 곳이 아니라 이들의 정신적 자유를 극대화할 장소로서 기능해야 한다.
  아이들이나 교사들에게 자유를 주면 공부를 안 하고 이상한 행동에 경도될 것이라는 추론은 스스로 그런 일을 실천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이들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육개혁의 개념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자유를 학문적 방법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현실을 개탄하는 대신 그 오류를 기초로 교육개혁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교육과 자유 그리고 인간의 존재가치에 관한 본질적인 대화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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