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국가나 사회는 민본(民本)의 기조 하에 국가는 국리민복을, 사회는 도덕과 규범, 법과 질서, 정의와 공정 등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이러한 가치들은 하나의 체계를 구축하면서 국가와 사회의 건강을 유지케 하는 혈액의 역할을 한다. 국가나 사회 등이 구축한 가치관들은 국가 및 정부기관들의 공공정책 결정 및 집행이나 사회구성원들의 공⦁사적인 삶의 바로미터가 된다. 국가 및 사회 등이 지켜야 할 행동강령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국가와 사회는 올바른 국가관 및 사회관 등을 정립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정체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와 사회 등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운영되는가를 점검해 보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인생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정 및 사회운영의 지표로서의 가치관은 물질지향적 가치관과 정신지향적 가치관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이 중에서 정신지향적 가치관은 결과지향적 가치관과 과정지향적 가치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 즉 과정지향적 가치관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나 국정 및 사회 등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과정이 바르고 공정하며 투명하여야 한다는 가치관이다. 영국의 사상가 칼라일의 말처럼 ‘공적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과정을 중시하는 가치’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성실한 자세로 최선의 대안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전력투구하는 자세이다. 비록 자기 조직이나 지역이 손해를 보게 될지라도 타 조직이나 지역 등으로 돌아갈 기회를 가로채지 않는 행동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도리(道理)와 양식(良識) 등의 바탕위에서 정립된다는 점에서 범인류성과 정당성 등을 확보한다. 그렇기에 영원한 생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 곡식이나 나무로 비유하면 가치관이라는 토양이 비옥하므로 그곳에 심어진 곡식이나 나무들은 얼마든지 무성하게 발육 내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후자는 과정의 공정성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좋은 결과를 거양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가치관이다.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목적달성에만 중점을 두는 가치관이다. 좋은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당성과는 관계없이 어떤 수단과 방법이든 동원하여야 한다고 보는 가치관이고 타 지역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 지역만의 이익을 도모하면 된다고 보는 가치관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척박한 땅에 심어진 곡식이나 나무처럼 얼마가지 않아 쇠락하게 된다.

이렇게 구분하여 볼 때 두말할 것 없이 국가나 사회가 추구하여야 할 가치관은 과정지향적 가치관이다. 대국민적 복지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대지역적 개발정책 등을 인본과 형평에 맞게 형성하고 집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적실성(relevance)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혜나 편파성 등이 배제되고 오로지 합리성과 객관성 등에 의해 탄생되고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도 결과지향성을 배척하고 과정지향성을 빈틈없이 지향하여야 할진대 국가나 사회 등은 공공성을 생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성 등의 향유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과정지향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의 세상은 과정지향성 보다 결과지향성에 집착하는 경향이다. 국가나 사회 등이 별다른 숙고 없이 결과지향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의 각 국가들이 공존공영보다는 자국의 이익에 급급한 채 합종연횡을 일삼는 모습이 그렇다. 이들 나라와 사회는 자연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타고 과정지향적보다는 결과지향적인 가치관을 추구하고 국민들 또한 이에 합류한다. 이럼으로써 국가와 사회 등은 점차 도덕과 규범, 윤리와 질서 등이 붕괴되고 약육강식이 횡행하는 정글의 세계가 되고 있다.

모름지기 국가나 사회 등은 모든 분야에서 철두철미하게 과정지향적인 운영 및 접근(과정의 미학) 등에 충실하여야 한다. 과정지향성을 철학과 정신 및 행동강령 등으로 삼고 철저히 이행토록 하여야 한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서라도 목적을 달성하고 쟁취하려는 결과지향적 행보는 반국가적, 반사회적, 반인간적 행위들이라는 점에서 단호히 배척하여야 한다.

과정지향적 가치관은 국가나 사회 운영의 요체이다. 국가와 사회 등을 지탱할 수 있는 주춧돌이고 버팀목이다. 그렇기에 국가와 사회 등은 모든 분야에서 이 가치관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 가치관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뿌리내리게 하여야 한다. 과정지향적 가치관만이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간들을 건강하게 하고 고귀하게 하며 평화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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