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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퇴임하는 동료를 보며
동양에세이-퇴임하는 동료를 보며
  • 유병덕
  • 승인 2017.07.23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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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덕 <공주시 부시장>

지난 6월말 공주시청 정년퇴임식장에서 사회자가 한 마디하라고 하기에 “은퇴는 영어에서 타이어를 갈아 끼울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노후타이어를 새로 갈고 멋진 드라이브를 하시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아버지의 고백’을 읽었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매일같이 집과 회사만을 30여년 다니다가 정년퇴직한 분의 소회를 정리한 글이다. 이 이야기 속 그는 얼마 전 신입사원에서 고참 부장이 될 때까지 30년 이상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퇴직했다. 그날 저녁 직원들이 마련한 송별회를 마치고 늦게 귀가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회사에 출근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세수하면서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을 봤을 때 비로소 그는 정년퇴직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잠시 혼란스러웠고 당황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 앉았을 때 늘 앉던 그 자리가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평소 퇴근 후 저녁시간에는 자연스럽던 그 자리가 출근하지 않은 평일의 낮 시간에는 아주 낯설었다. 비로소 그의 집인데도 그의 자리,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동안 낮 시간 그의 자리는 회사였다. 그래서 정년퇴직한 지금의 낮 시간 집에서는 그의 자리가 없는 것이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의 권고로 노인정과 복지관을 나가 보았지만 허사였고 집안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다니던 친구 집을 찾아가 보았다. 오래전부터 노년을 준비하고 제일 큰방을 서재로 꾸미고, 읽고 싶었던 책을 모아 큰 서가에 꽃아 놨고 성능 좋은 오디오 시스템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그 친구는 라틴음악을 좋아했고 음반수집도 많았지만 전문지식도 대단했다.

자극을 받은 그는 서재를 꾸미려 했지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조차 몰랐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건 인생관의 유무와 정도의 차이였다.

인생은 값과 가치가 있다. 값만 추구하다 보면 가치의 세계를 모르게 된다.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이 그 것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노후 준비는 돈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였으며 철학이 담겨 있는 문제였다.

지금까지 그의 인생은 ‘명함이 있는 인생’이었다. 회사에서 주어진 직함이 찍혀있는 명함, 모든 대인관계에서 그는 언제나 팀장 아무개, 부장 아무개의 직함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정년퇴직 했을 때 그 직함은 떨어져 나간다. 자연인 아무개로 돌아온 그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이 퇴직 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에 반해 아내, 여자들은 처음부터 인간 대 인간으로 유대를 만들기 때문에 나이 들어도 자주 만날 수 있고 그 관계도 깊어진다. 그가 집에 있으니 아내의 외출도 더 잦아졌다.

그보다 더 큰 ‘마당’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갈 곳이 없었다. ‘명함인생’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으며 외딴섬에 혼자 버려진 기분이었다.

정년퇴직과 함께 새롭게 노년을 살고 있는 그는 자주 우울해지고 의기소침해지며 앞날이 두렵다고 한다. 그의 집인 데도 집안에서 그의 자리가 없고, 가족 간의 유대감도 없으며, 삼식이가 되어 아내의 짐이 되고 있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권을 아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그가 처리를 잘 못했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가장 크게 그를 괴롭히는 것은 가족 간의 유대감이 부족하고 할 일도, 할 것도 없는 무료함이다.

정년퇴직, 은퇴는 끝인 동시에 또 하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제부터 미리 노후를 준비한 친구의 말대로 서재를 꾸미고 오디오 세트도 마련하고 컴퓨터 활용능력도 키우자.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사회적 유대감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나가자. 인생의 철학을 느끼게 하는 모차르트의 음악도 많이 들으며 제2의 인생을 차분하게 준비하자. 퇴직은 타이어를 교체(Retire)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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