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요구 여자친구 성폭행·협박한 20대 징역 4년6월
작년 여성 63명, 연인·남편에게 이별 후 보복 살해돼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이를 알리겠다고 협박한 2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 같은 ‘이별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협박, 스토킹, 성폭력을 넘어 살인까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옛 여친 성폭행범 실형

청주지법 형사11부(이현우 부장판사)는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9)씨에게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3년간 교제한 여자친구 B(23)씨가 이별을 통보한 뒤 만나주지 않아 지난 6월 12일께 B씨의 집을 찾아가 성폭행하고 다시 만나주지 않으면 이 사실 등을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별한 연인에게 만남을 강요하며 협박하고 성폭행한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별 후 보복범죄 ‘심각’

연인 등이 이별을 통보하자 돌변해 폭력과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별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청주의 한 교회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은 결별요구에 격분한 남자친구(21·구속기소)에 의해 살해됐다. 그는 경찰에서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해 화가 치밀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같은달 대전지법도 이별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20대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이별 후 보복범죄는 위험수위가 매우 높다.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 협박, 스토킹, 성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온라인에는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이라는 글이 퍼질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인권단체 (사)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언론보도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애인, 동거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82명에 달했다. 살해여성 중 76.8%(63명)는 ‘이혼·결별 요구나 만남 거부’에 의한 비극이었다.

●제도적 예방 법규 절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애인을 살해하거나 살인 미수로 검거된 가해자는 467명, 같은 기간 연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 또는 상해로 검거된 가해자는 2만8453명으로 나타났다. 명확한 증거가 없거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자 수는 경찰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별 후 보복범죄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성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기 전 협박이나 스토킹 등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스토킹에 대한 처벌법은 없다.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을 때만 처벌되지만 이 또한 범칙금 10만원 정도가 부과될 뿐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강력범죄를 사전에 막기 위한 스토킹 관련 법안을 마련, 수사기관에서 명확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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