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건물주, 혐의 소명…도주·증거인멸 염려”
“관리인, 범죄사실 주의의무 존재 불명확” 기각
건물주 이씨 “유가족에 죄송…죽고 싶은 심정”
불법 증축 "애초 그렇게 돼 있어 불법 몰랐다"

▲ 화재 참사로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의 건물주 이모(53)씨가 27일 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제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제천 장승주>

(동양일보 장승주 이도근 기자) 화재 참사로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의 건물주가 구속됐다. 건물관리인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청주지법 제천지원 김태현 영장전담판사는 27일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주 이모(53)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관리인 김모(50)씨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 역할, 업무내용, 권한범위 등을 고려해 볼 때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청구서 범죄사실 기재 각 주의의무가 존재했는지 불명확해 범죄혐의가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전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건물주 이씨에겐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건축법 위반 혐의가, 관리인 김씨에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만 적용됐다.

경찰은 현장감식과 생존자 진술 등을 통해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가 잠겨 화재 당시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희생자 29명 중 20명이 숨진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가 철제 선반에 막혀 탈출이 불가능한 점도 확인됐다. 또 참사가 난 건물 8,9층 테라스와 캐노피 등이 불법 증축된 것도 드러났다. 이씨가 9층을 직원 숙소로 개조하면서 천장과 벽을 막은 사실이 확인됐다.

건물주 이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청주지법 제천지원에 출석하면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사고가 나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트레이닝복 바지에 두꺼운 모자가 달린 점퍼를 뒤집어 쓴 채 제천경찰서를 나서며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취재진 앞에 선 이씨는 혐의 인정 여부와 각종 의혹에 대한 질문에 울먹이며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혹시 억울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습니다. 최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법원에 도착한 뒤에도 고개를 들지 못한 이씨는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다만 건물 불법 증축에 대해서는 “애초에 그렇게 돼 있었다”며 “불법인 줄 몰랐다”고 답변했다. 건물 소방관리 소홀에 관한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는 “법원에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씨에 이어 법원에 도착한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왜 진술을 번복했냐”는 질문에 별다른 답변 없이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짧게 말한 뒤 법정으로 들어갔다.

동양일보TV

관련기사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