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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 세계를 무대로 꿈꾸다
동양에세이 / 세계를 무대로 꿈꾸다
  • 나은정
  • 승인 2018.04.12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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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정 괴산증평교육지원청 장학사

 

요즘 핫한 예능으로 윤식당 시리즈가 쏠쏠한 재미를 주었다. 외국의 한가로운 휴양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나름 뿌듯함도 느끼게하고 다양한 세계인의 여유롭고 색다른 일상을 구경하는 풍경은 ‘기억의 꾸러미’를 불러낸다.
지독한 폭염으로 노약자들이 질식사할 정도였던 2003년 여름, 남불(南佛)몽펠리에라는 대학도시에서의 한 달 프랑스어 교수법 연수라는 시간은 아줌마 교사였던 내게 새로운 성장과 성숙의 기회였다.
한국에서부터 남불 소도시까지 주소만 달랑 들고 찾아가 레벨테스트까지 치루고 배정받은 반에 한국인은 나 혼자였고 동양인도 몽골남자 변호사 출신 외교관과 단 둘, 나머지는 모두 유럽어권자들 열명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와 경쟁국이었던 미국, 폴란드, 포르투갈, 이태리, 스페인 출신들이 모두 골고루 한명씩 있었다. 자유주제발표로 한국을 소개하며 월드컵을 이야기하자 편파 판정이었다고 이태리, 스페인 애들이 어찌나 흥분하던지 내가 월드컵 자원봉사한 이야기는 쏙 뺐다.
우리의 독창적 유산 한글로 각자의 이름을 써주자 마치 무슨 마법의 주문이라도 받은 양 열심히 그려가며 베껴 쓰던 이들, ‘ㅎ’자가 특히 예뻐 보인다나. 핸드폰,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테크놀로지가 발달한 나라라는 건 모두가 인정했다.
첫 번째 해외연수는 잘 차려진 밥상을 떠먹은 것이었지만, 이후는 내가 소박한 밥상을 만들어가는 연수였다. 이런저런 공모사업으로 항공료와 일부경비를 지원받아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와 북아프리카 모로코 등 지구촌 곳곳을 들여다보았다.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 정치범을 수용하던 곳이어서 프랑스 혁명가들의 기록이 문서기록보관소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게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란 여행사 문구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당시 드라마 ‘꽃보다 남자’촬영 이전이어서 한국에서는 미지의 섬에 가까웠으나, 수도 누메아에서 태권도장을 발견할 때 반가움이 더욱 컸다. 수년 뒤 사범님이 뉴칼레도니아의 유럽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식당을 차려 마케팅에도 성공하셨음을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보게 되었다.
모로코는 프랑스어권이지만 아랍국가의 독특함이 가득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카사블랑카 교육감의 한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한국의 국가발전 원동력이 교육에 기인할 것이란 믿음이었다. 당시 한국교육의 모순과 오류에 대한 정보만 가득한 상태에서 제대로 대답을 못한 것이 못내 걸린다.
2012년 프랑스 동부 브장송 연수는 이국취미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넘어 무형의 문화자산에 눈을 뜨게 된 계기였다.
세계적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태어나 1달 반 살던 집이 있으나, 이를 단순히 생가복원과 박물관으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위고의 작품을 마을 골목골목에서 재연함으로써 살아 숨 쉬는 위고를 만들어낸 것이다.
매주 월요일 저녁 위고 집 앞에서 큰 광장까지 2시간 동안 이어지는 도보여행과 전문 연기자들의 거리 공연은 중세불어라 거의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해설자의 차분하고 심도 깊은 내레이션과 어우러져 브장송의 문화적 저력에 감화되었다.
스위스 국경 가까운 곳이라 알프스 자락이 이어지는 쥐라산맥 골짜기마다 여름밤 이어지는 멋진 콘서트와 국제 지휘자대회 등은 이 소도시의 매력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제 괴산증평의 장학사로 근무한지 1년 반이 지나갔다.
프랑스어권 세계와의 만남은 현재의 나와 주변을 되돌아보게 하였고, 괴산의 풍부한 인프라에 눈뜨게 해주었다. 귀농귀촌하며 공동체의식을 갖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괴산사람들과 그들이 벌이는 지역축제들, 80년대로 회귀한 듯한 읍내 골목길의 흙벽돌 담장과 조선시대 동헌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느티나무, 그리고 아름다운 고택에서 여전히 살아가는 후손들, 이름도 아름다운 박세무의 애한정 등 일일이 말할 수 없는 자원은 괴산을 교육문화 콘텐츠로 더욱 풍성하게 존재하게 할 것이라 확신한다.
마을교육공동체란 이름으로, 행복교육지구란 통로로 가능하리라 믿기에 날마다 설레는 하루하루를 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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