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8-09-19 21:28 (수)
동양칼럼/ 외설과 예술을 구분한 우리 선조들
동양칼럼/ 외설과 예술을 구분한 우리 선조들
  • 이상주
  • 승인 2018.06.18 2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주(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최근 표현의 자유를 매우 강조한다. 글 그림 사진 조각으로 표현해 놓으면 모두 예술인가? 우리 선조들은 예술과 외설을 구분했다. 우리 선조들이 외설적인 내용을 예술화한 사례를 보자.

첫째, 시를 보자. 두 선비가 개울가를 지나간다. 아낙들이 치마를 걷고 빨래를 하는데 뽀얀 넓적다리가 보이자 성욕이 발동한 선비 하나가 ‘천변홍합개(川邊紅蛤開)’라고, 그 상황을 시로 선창했다. 함께 가던 선비가 ‘마상송이동(馬上松栮動)’이라 응대했다 한다. ‘개울가에 홍합이 벌어져 있으니, 말 위의 송이가 요동치누나.’라는 뜻이다. 발정을 외설이 아닌 예술적으로 승화했다. 다음은 신광수(申光洙1712~1775)의 작품이라 전한다. 누군가 인정을 받으려고 명성있는 신광수의 이름을 차용했을 수도 있다. “이년십구령(爾年十九齡), 내조지슬슬(乃操持瑟瑟). 속속허고저(速速許高低), 물난보지음(勿難報知音).” 번역해보자. “네 나이 열아홉에, 벌써 비파줄 잡고 잘 뜯는구나. 빠를 땐 빠르고 높게도 낮게도 하며, 지음에게 알리는 것 어렵지 않네.” 격조있고 우아하게 여성의 예술적 재능을 예찬했다. 발음 대로 읽으면 음욕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표현법은 풍자방랑시인 김삿갓이 자주 썼다. 다음은 정철이 지었다고 전한다. “옥이 옥이라 커늘 반옥(半玉)만 여겨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적실(的實)하다, 내게 살송곳 잇던니 뚜러 볼가 하노라.” 기생 진옥(眞玉)은 “철(鐵)이 철(鐵)이라커늘 섭철(攝鐵)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내게 골풀무 잇던니 뇌겨 볼가 하노라”하고 절묘하게 응수했다. 어느 선비가 “귀 후비개로 귀를 후비면 귀가 시원하냐 귀 후비개가 시원하냐.”했다. 기생이 “꿀단지에 혀를 넣으면 혀가 좋으냐 굴단지가 좋으냐”고 응수했다.

둘째, 소설을 보자. 송세림(宋世琳)의 「주장군전(朱將軍傳)」이다. 남자의 성기를 의인화했으며, 남녀의 교접행위를 비유적으로 묘사했다. “왕이 크게 기뻐하며 절충장군(折衝將軍)을 하사하시고 보지착사(寶池鑿使)로 명하시니, …여기에 한 바위가 있으니 그 모양은 감씨를 닮았는데 진성 술객(術客)들이 말하기를 요충출지(要衝出地)요 지형은 용이 구슬을 머금은 형극이라서 적은 힘으로는 소기한 바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하고 드디어 조목을 들어 그 형세를 왕에게 표(表)를 올리니 … 원하건대 살아서 옥문관(玉門關) 중에 들어감을 날로 기다려 마지않는 바입니다.” 「관부인전」은 성여학(成汝學1557년~?)이 성기를 의인화한 가전체 작품이다. “어찌 보지[保持:이바지]한 바가 적다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주장군은 … 시도 때도 없이 돌진해 들어와서 그 형세가 방휼지세(蚌鷸之勢)가 되었습니다. 이는 실로 벽문 내정(內庭)에까지 쳐들어온 도적인 바, 청컨대 살펴 단속하셔서 그 난폭함을 멈추게 하여주십시오.” … 곧 장군은 골수(骨髓)를 흘리면서 관문 밖으로 뛰쳐나가 죽어버렸습니다. 방휼지세는 도요새가 조개를 쪼아 먹으려고 부리를 넣는 순간 조개가 껍데기를 닫고 놓지 않았다는 고사다. 골수(骨髓)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니 그 의미를 상상해보기 바란다.

섯째, 판소리 「변강쇠전」을 보자. “타고난 양골(陽骨)인 강쇠놈이 옹녀의 두 다리를 번쩍 들고 옥문관을 들여다 보며 노래했다.…만경창파 조개인지 혀를 빼어 물었으며 곶감을 먹었는지 곶감씨가 장물렸고 만첩산중 으름인지 스스로 잘도 벌어졌네. 연계탕을 먹었는지 닭의 벼슬이 비치었고 파명당을 하였는지 더운 김이 절로 난다. 제 무엇이 즐거운지 반쯤 웃고 있구나. 곶감 있고 연계 있고 조개 있어 제사상은 걱정없다” 옹녀가 반소(半笑)하고 갚음을 하느라고 변강쇠의 기물을 어루만지며 한가닥 곡조를 빼어 읊었다. “송아지 말뚝인지 철고삐를 둘렀구나. 감기를 얻었는지 맑은 코가 웬일인가, 성정(性情)도 혹독하여 화가 나면 눈물난다. 어린아이 병일는지 젖은 어찌 괴였으며 제사에 쓴 숭어인지 꼬장이궁이 그저 있다. 뒷절 큰방 노승인지 민대가리 둥글구나. 소년인사 알밤인지 두쪽 한데 붙어있다. 물방아 절구대며 쇠고삐걸랑 등물 세간살이 걱정없네.” 이외에도 더 있다.

위에 든 내용은 모두 다 성에 관련된 내용을 직접 말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게 외설이 아닌 예술이다. 창의융합교육학문을 안다면 온고지신해보라. “송이는 때가 되면 솔잎을 헤치고 솟아나고, 옹달샘은 저절로 퐁퐁 솟는다. 송이는 가마솥 끓는 물속에서 작아지고, 옹달샘은 버들가지에 물오르게 하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