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빗속에서 중장비 동원해 검은 속내를 들추다

광메탈 정문 옆 A씨 소유의 땅을 파내자 드러난 건축폐기물. 그 양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 속보=한 기업의 검은 속내가 세상밖으로 드러났다. ▶27일자 5면

지난 27일 오후2시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광메탈 정문 옆길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생극면 주민 10여명과 그 땅의 소유자 A씨, 그리고 음성군청 공무원이 포크레인을 대기시켜 놓았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는데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들이다.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데 무슨 땅을 파냐는 불평이 있을 법도 한데 어느 누구 하나 그런 표정을 찾아볼 수 없다.

잠시후 포크레인이 움직였다. 빗속에서도 포크레인의 굉음이 크게 울려 퍼졌다.

포크레인이 움직이자 광메탈의 직원들도 몇몇이 현장으로 다가왔다. 이들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구에게 전화를 하는지 긴급하게 움직였다.

포크레인에 제동이 걸렸다. 땅속 돌무더기에 걸려 팔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30㎝ 정도 들어갔는데 도저히 파 낼 수가 없었다. 기사는 장비를 바꾸기 위해 교체시간을 가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돌무더기 처럼 보였다. 장비가 교체되고 본격적인 굴착작업이 시작됐다. 서너번 돌무더기를 가르더니 땅속을 퍼내자 콘크리트와 철근이 포함된 건축폐기물이 드러났다.

퍼낼수록 그 양이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건축폐기물에 이어 검은 색의 폐기물 오니가 흙과 섞여 드러났다.
건축폐기물에 이어 검은 색의 폐기물 오니가 흙과 섞여 드러났다.

 

A씨는 “현재 소유는 나지만 이 땅은 광메탈과 맞바꾼 곳”이라며 “이 땅을 비롯해 공장의 창고부지의 땅속에도 폐기물이 묻혀 있다”고 말했다.

건축폐기물은 땅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생극면 주민들이 고대하던 폐기물오니는 첫 작업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첫 작업구역에서 아래 쪽을 가르키며 그곳을 파보라고 2차 작업구역을 설정했다.

처음 시작점에는 콘크리트 타설 흔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얇게 뿌려 놓은 콘크리트가 부서져 있다. 포크레인의 삽이 들어가자마자 검은 색의 흙이 드러난다.

30㎝ 정도 걷어내자 폐기물오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사람들은 오니덩어리를 보고는 아스콘 덩어리라고 신통치 않게 이야기했다.

폐기물오니 덩어리들. 겉으로 보기에는 아스팔트 찌꺼기처럼 보이지만 폐기물오니 덩어리들이다.
폐기물오니 덩어리들. 겉으로 보기에는 아스팔트 찌꺼기처럼 보이지만 폐기물오니 덩어리들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점검하고 있던 차윤철 주무관은 이미 심각성을 깨달았다. 차 주무관은 시료를 담을 주머니를 가져오지 않았다며 긴급히 군청으로 전화를 했다. 땅속에서 파낸 시료 담을 주머니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광메탈 정문 옆길을 파헤친 일이지만 그 땅은 원래 소유자가 광메탈이었다. 광범위하게 묻힌 건축폐기물과 폐기물오니, 한 기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차 주무관은 주민들에게 이번 사태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주민들은 경찰에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음성 엄재천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