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지난 28일 오전 내린 집중호우로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도룡동·지족동 일대가 물바다가 되면서 도로와 상가주택들이 침수돼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유성구와 대덕구 일대의 주요 도로가 침수되면서 사실상 교통이 마비돼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침수는 새벽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가 하수구로 빠져나가지 못해 일어났다. 도로 곳곳에 마련된 물받이 입구가 가로수 낙엽과 각종 쓰레기 등으로 막혀 있어 빗물이 그대로 도로위에 고여 버린 것이다.

이번 대전지역 침수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날 오전 4시58분부터 5시57분까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최대 65㎜ 이상 내린 집중호우다. 그렇지만 인재 성격이 짙다. 물이 빠져나가야할 도로의 물받이 입구는 쓰레기로 막혀있었다. 또 하수도에는 낙엽과 진흙 등이 쌓여 있어 빗물을 받아내지 못했다. 빗물이 그대로 도로와 상가주택으로 흘러간 것이다. 오전 6시께 유성구 일부 도로는 순식간에 성인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랐고, 흙탕물 때문에 도로와 인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도로 침수 사실을 모른 채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고, 도로가 침수돼 버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출발지로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주요 도로가 빗물에 잠기면서 일부 시민들은 버스나 승용차 대신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도로는 출근길에 나섰다가 빗물에 갇힌 승용차와 물에 빠진 차를 끌어내려는 견인차 등으로 아수라장이 됐지만, 통제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로의 빗물이 인근 상가와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흘러들면서 침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밤사이 차량을 이동 주차하지 못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여러 대가 침수되기도 했다.

출근길 시민들과 침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막힌 하수구 때문에 물난리가 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도로 침수가 발생한 유성구 전민동 일대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뒤늦게 배수구를 뚫자 금방 물이 빠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낙엽·토사·쓰레기 등으로 꽉 막힌 배수시설이 주요 도로 침수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방재 당국이 재해 예방 대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침수 사고들은 조금만 대비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는 막대한 재산손실뿐 아니라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대전시는 물론 유성구 등 지자체가 앞장서 예방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행정의 최우선 목표를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두고 호우 취약지구 등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인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기에 영합해 지역 축제 등 전시성 사업에 눈 돌릴 게 아니라 주민의 삶과 직결된 생활밀착형 행정에 힘쓰기 바란다.

사상 초유의 출근길 교통대란 사태. 이는 더 큰 재해의 예고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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