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진 예미담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임성진 원장
임성진 원장

 

신체화 장애는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치료에 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신체화 장애라는 말 그대로 심리적인 원인으로 인해 다양한 신체증상이 나타나는 병을 말하며 두통, 근육통, 복통과 같은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어지러움이나 피로감 소화불량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대개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이 안좋은 건 아닐까 걱정하고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검사가 잘못된 건 아닐까 불안해하기 때문에 신체 증상 뿐 아니라 신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된다.

신체화 장애의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적인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적절히 해소되지 않는 경우 이것이 신체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모든 장기에 걸쳐 다양한 신체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증상의 일관성이 없고 다양하고 과장되게 표현되는 게 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원인이 심리적인 요인이더라도 꾀병처럼 증상을 환자가 꾸며내는 것이 아니다보니 자기는 실제로 아픈데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고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받고 검사를 하게 되는데 대개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신경성 질환인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소개받아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소개를 받더라도 방문을 안 하거나 진료를 받고도 치료를 안 받으려고 하기도 하며 정작 본인이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가족들이 만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초기 치료가 늦어지게 되고 치료 기간도 더 오래 걸리게 된다.

신체화 장애는 대개 30대 이전의 여성의 1-2%에서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는데 과거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관계에서 약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표현하기 더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에는 학생들에게서도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역시 예전보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많아진 상황에서 이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진단은 일반적으로 검사보다는 과거의 진료 기록과 면담을 통해 이루어지며 최소 4개 부위의 통증, 2개의 위장관계 증상, 1개의 성기능 증상, 1개의 가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경우에 진단을 내릴 수 있는데, 기질적인 병변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환자가 표현하는 신체 증상이 심리적 갈등이나 스트레스의 표현이기 때문에 지적 정신치료를 통해 환자를 도울 수 있고 일반적으로 기분장애나 불안장애가 같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체화 장애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 스스로가 자기에게 나타나고 있는 증상이 심리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므로 가족들이 지지를 통해 환자가 이런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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