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하시 켄지(大橋健二) 프리저널리스트 겸 스즈카 의료과학대학(鈴鹿醫療科學大學) 강사
하라다 켄이치(原田憲一) 시세이칸대학(至誠館大學) 학장
쓰치다 타카시(槌田劭) 교토대학(京都大學)‧세이카대학(精華大學) 명예교수 겸 1회용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使い捨て時代を考える會) 상담역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21세기 초고령사회의 노년의 의미와 가치

늙음이란 무엇인가? 그 의미와 가치



지난 9월 23일 오후 일본의 교토 데라마치(寺町) 우에시마 커피숍(上島珈琲店)에서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과 일본의 학자, 언론인들이 모여 노년철학에 대해 논의했다. 참가자는 야마모토 쿄시(山本恭司) 미래공창신문 편집인, 쓰치다 타카시(槌田劭) 교토대학(京都大學)‧세이카대학(精華大學) 명예교수 겸 1회용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使い捨て時代を考える會) 상담역, 하라다 켄이치(原田憲一) 시세이칸대학(至誠館大學) 학장, 오오하시 켄지(大橋健二) 프리저널리스트 겸 스즈카 의료과학대학(鈴鹿醫療科學大學) 강사다. 우에시마 커피숍은 교마치야(京町屋)라는 옛날의 일본전통 가옥의 멋을 살려 커피숍으로 만든 가게이다. 이날 대화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오늘날 큰 문제는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 제로섬게임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아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건강진단에서 무언가가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거의 나아지지 않고, 병이 발견된 시점에서는 치료를 하기엔 대개 이미 늦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100명이 진단을 받으면 그 중 한두 명은 나아질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단지 의사가 돈을 벌 따름입니다. 그래서 노인이 의식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는 한 국가의 의료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도, 별로 좋은 효과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그 비용을 젊은 세대의 일자리 창출로 돌리고 완전고용을 실현시키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오하시 켄지(大橋健二) 프리저널리스트 겸 스즈카 의료과학대학 강사 “노인이 병 걱정을 너무 하니까 도리어 병이 나빠질 수도 있지요.”



▷김 주간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는 사회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노인은 많은 지혜를 축적한 존재로 존중되고 존경받았습니다. 한편 고대의 수렵사회에서는 힘을 못 쓰게 된 고령자는 쓸모가 없다고 해서 사회 전체를 위해 죽여 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일본도 한국도 유럽보다 앞서간 고령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노인 인구가 전체의 30%에 달했습니다. 이 정도 많으면 엄청난 정치적 세력이 되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느 정치가도 노인층을 죽이려 해도 죽일 수 없어요. 이것은 농담이지만 노인의 이해를 무시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자본주의사회에 있어서 생산성이 없는 존재로 치부되는 노인은 불행합니다. 노인 복지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력을 믿고 국가에 대해 우리들을 잘 모시라고 요구만 해서 되는지, 아니면 노년세대 나름대로 사회에 대해 자기 몫을 다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하라다 켄이치(原田憲一) 시세이칸대학 학장 “장인 중에서도 이른바 ‘명인(名人)’이라 불리는 사람은 원재료를 심중하게 음미하고 도구를 고르고 기력이 충만하게 될 때를 기다리다가 그때가 오면 정성을 들여서 한숨에 만들어냅니다. 제자들은 스승의 솜씨를 본받아 점차 기술을 익혀 나갑니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실현된 대량생산에서는 모든 공정으로 질의 평균화가 요구됩니다. 장인 기질이나 숙련은 더 이상 쓸모가 없습니다. 특히 기술혁신이 해마다 날마다 진보되는 오늘날에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몸에 익힌 경험지(經驗知)도 순식간에 진부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개인이 어렵게 만들어낸 명인의 솜씨도 금방 분석되고 프로그램화되어서 자동제어 기계에 대치됩니다. 장인정신을 지닌 숙련공(熟練工)은 이제 만들기 어려운 시작품 등을 다루는 영세기업(零細企業) 같은 곳 외에는 있을 자리가 없는 형편입니다.”



▷김 주간 “최근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노년세대의, 노년세대에 의한, 노년세대를 위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올해 99세가 되는 김형석 명예교수가 유명하고, 일본에서는 역시 99세의 사토 아이코(佐藤愛子) 작가가 많이 팔리고 있지요.”



▷하라다 학장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세이로카국제병원(聖路加國際病院) 명예원장도 100세를 넘어서도 현역으로 있다가 105세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김 주간 “김형석 교수나 사토씨나 히노하라씨나 100세 전후가 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노인들이 마음의 위안과 격려를 받는다는 면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모두 말하자면 엘리트들입니다. 엘리트의 의견은 우리 같은 일반 서민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오하시 강사 “노인은 아기와 마찬가지로 절대 남의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늙어서 남의 부담이 되기가 싫어서 혼자 산에 가서 죽었다고 해도 경찰이 수색합니다. 또 독거노인으로 혼자 살다가 죽어도 최소한 시신의 처리는 남이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상의 고독이니 뭐니 해서 노인이 혼자 살기를 찬양하는 책도 있지마는 그렇게 노인이 혼자서 멋지게 살 수 있는 것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있는 엘리트나 산 속 암자에서 도를 닦는 스님이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야마모토 쿄시(山本恭司) 미래공창신문 편집인 “맞습니다. 역시 노인의 삶은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오오하시 강사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다섯 명 중 한 명은 치매 노인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요. 그것을 대비하는 것은 치매 노인을 어떻게 보살피느냐라는 제도의 문제임과 동시에 되도록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그러기 전에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라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병상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나 치매가 중증이 된 노인에는 위루술(胃瘻術) 즉 가슴에 구멍을 뚫고 위에 직접 음식을 주입하는 방법을 씁니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저절로 식욕이 떨어지는 것이 자연인데 병원에서는 환자를 자연스럽게 죽게 놓아둘 수 없으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환자를 억지로 살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라다 학장 “그래도 요즘은 비인간적이라고 해서 위루술을 쓰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의사도 되도록이면 안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오하시 강사 “우리 세대 고령자는 칠칠치 못합니다. 오히려 지금의 젊은이가 멀쩡합니다. 지금의 늙은이는 젊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한 것은 당연합니다.”



▷하라다 학장 “우리들 세대는 학생 시절에 노인을 존경하지 않았어요. 기득권을 잡은 기성세대들을 ‘타도’해야 된다고 외치기만 했지 그것을 대신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과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인덕(人德)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라다 학장 “학원분쟁(學園紛爭)때 그러한 생각이 부족했었어요.”



▷김 주간 “내가 1960년대에 미국에 갔을 때, 완전히 백인 청장년 중심사회였습니다. 인간의 가치를 노동생산성으로 헤아리는 겁니다. 그래서 여성·어린이·노인은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도 역시 ‘노동에서 가치가 생긴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일본은 미국과 마르크스주의의 사고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거지요. 하지만 노동생산성 중심주의는 이제 낡은 사고방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를 들면 3D프린터 같은 것이 나타나서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세밀한 가공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니까 ‘노동생산성’을 가지고서는 인간이 기계에게 도저히 이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기술도 하루가 달리 진보하기 때문에 노인의 경험이니 뭐니 해도 별로 소용이 없게 되고 노인이 젊은이와 게임이 안 되게 됐어요. 오늘 아침 한국의 어느 TV 프로그램을 보았더니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인층(老人層)을 가리켜 노인충(老人蟲)으로 부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층 층(層)자를 벌레 충(蟲)자로 바꾼 말인데, 이런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젊은 세대가 노년세대를 혐오하고 못마땅한 존재로 보고 있다는 말입니다. 기성세대가 기업과 사회가 생산성이 낮은 인간을 가치가 없다고 하는 관념을 심어 놓았으니, 노인들은 자기들이 심어놓은 가르침으로 말하자면 젊은 사람에게서 되갚음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하라다 학장 “1970년대 미국에서는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그리고 블루컬러의 노동자 계층일수록 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풍조가 있었습니다. 늙음은 부정적인 것으로 배제시키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1950년대의 사람, 당시의 노인이 젊은 사람을 가르치고 기르는 의무로 포기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지엽말단의 지식이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고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늘 최신정보의 세례를 받고 있는 젊은이들은 새로운 정보일수록 가치가 높은 줄로 알고 역사의식이 희박합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가상현실의 세계에 익숙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현실사회와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가상현실의 세계는 구석구석까지 인간의 논리, 그것도 직성적인 논리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예측이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현실세계는 예측 불가능한 그야말로 ‘한치 앞이 어둠’의 세상입니다. 거기서 지침이 되는 것은 최신의 잡다한 지식이 아니라 실제 체험에 밑받침된 어른의 지혜인 것입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기성세대가 그 지혜를 어떻게 해서 장래세대에 전달할 책임을 포기한 것입니다. 가장 전형적인 것이 바로 원전(原電)의 문제입니다.”



▷하라다 학장 “전전(戰前: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 해군장교도 그랬습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장교들이 대부분 전쟁의 책임과 실패한 실태를 나 몰라라 하면서 전후(戰後)를 살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 세대에 대해서는 ‘단괴(團塊) 세대’(일본에서 1947~1949년, 제1차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세대)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노인의 젊은이 비판은 이제 그만두고 이미 노인층으로 들어간 이 세대가 자기비판해야 됩니다.”



▷오오하시 강사 “우리들 세대는 아주 칠칠치 못해요. 누구나 몸이 아프다거나 병이 낫다거나 하지만 그런 것은 대개 매일 트레이닝이나 산책하면 나아집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나는 오늘날의 모든 문제들은 최소한 책임이 있는 노인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개별의 경험을 장래세대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도저시 안 될 것입니다.”



▷하라다 학장 “스스로 젊은이들의 디딤돌이 되고 점핑보드가 되어서 그 도약을 도와주는 노인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머리가 굳어지고 있는 돌대가리가 많은 거예요.”



▷오오하시 강사 “유발 하라리가 쓴 <호모 데우스>에 의하면 인간은 장래에 150세까지 살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육아가 끝난 후 100년 정도 사는 샘이지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늙음의 개념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고, 문화·문명의 문제로 늙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생각해 보면 1901년 시점에서 일본의 평균 수명이 50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952년이 되어서야 겨우 50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녀 모두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었습니다. 이에 따라 ‘늙음’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김 주간 “이번에 하라다 선생님을 모시게 된 것은 바로 노년철학을 비교문명론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비교하면 60대는 감히 노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은 나이를 먹는 것이 곧 노화와 직결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명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이른바 ‘수명’은 다음 세 가지로 나눠집니다. 첫 번째는 자연수명입니다. 이것은 일본이 평균 수명 82세가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건강수명입니다. 뉴질랜드는 국민의 80%가 자연수명과 건강수명이 일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편 일본은 그것이 40%에 불과합니다. 세 번째가 행복수명입니다. 이것도 뉴질랜드가 가장 높고 일본에서는 나이를 먹을수록 행복감이 낮아집니다. 평균(자연)수명 차원에서 보면 일본과 한국에서는 공적인 건강보험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의료에 대한 보장은 비교적 잘되어 있는 편입니다. 미국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습니다. 그런데 교토포럼에 참가한 학자들은 미국인의 행복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만 자기 스스로의 행복(관)은 어떠냐고 물으면 “모른다”라고 하거든요. 내가 보기엔 미국인은 비교적 노년이 되어서도 낙관적인 편인 데 비해, 일본인과 한국인은 비관적인 편입니다. 나의 경우는 자연수명과 건강수명과 행복수명이 거의 일치하고 있지만, 그러한 사람은 우리 주변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자연수명·건강수명·행복수명을 일치시키는 것이 노년철학의 핵심이고 세계에 일찍이 없었던 시도를 일본과 한국에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것이 나의 바람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아무도 안 했던 시도이기 때문에 초점이 잘 맞추어지지 않아서 처음에는 핵심을 찌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젊었을 때에는 고민을 했습니다. 50세가 되기 전에는 나이를 먹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과연 50세까지 살 수 있을까 궁금했고, 50세가 되고 나면 이것이 5년이나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두려웠습니다만 이제 80세를 넘어보니까 매년 해마다 울렁울렁 가슴이 설레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일을 해내는 데에 나이는 상관없다는 말씀이네요. 철학자 버트랜드 러셀은 97세까지 살았는데 러셀· 아인슈타인 선언을 했을 때 러셀은 89세였습니다. 그리고 96세로 자서전을 썼습니다. 이 나이까지 살았으니까 자서전을 써서 젊은 사람에게 전할 만하다고 했습니다. 러셀이 자기 인생을 통해 보여주었듯이 지금이야말로 나이를 먹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하는 노년철학이 필요할 때입니다. 늙음에는 여러 가지 양상이 있지만 늙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훌륭하고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말하는 노년철학이 일찍이 없었습니다.”



▷하라다 학장 “옛날부터 어떠한 나라에서도 장수를 누리는 것은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장수를 누리게 되었는데도 불만만 쌓여 있습니다.”



▷김 주간 “올해 봄에 배변 장애로 4일간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서울의 큰 병원에서도 처치를 해주지 않아서 결국 청주의 비상응급센터에서 치료를 해주었는데, 병원 측이 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꺼렸어요. 그래서 “보험 제도를 쓰지 않고 스스로 비용을 지불할 테니까”라고 해서야 의사가 특별한 기구를 넣고 굳어진 변을 으깨서 꺼냈습니다. 냄새가 너무 고약하니까 의사도 처치하기를 싫어한 거지요. 80년 이상 살아 보니까 인생이란 이런 일도 다 있구나, 먹을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싸는 것도 생각해야 되는구나 싶었어요. 70대가 아니면 80대, 80대가 아니면 90대, 90대가 아니면 100대…… 그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도 많았어요.”

▷야마모토 편집인 “유럽에서는 모차르트가 백발의 가발을 썼듯 나이를 먹은 것이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 시대가 있었습니다.”

▷김 주간 “그것은 희소가치에요.”

▷오오하시 강사 “지금은 장수와 행복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행복교육이 필요합니다.”

▷김 주간 “쓰쿠바대학(筑波大學)의 모 교수님도 “지금까지 염세적인 이야기만 해 왔다. 행복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거든요 쓰치다 선생,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쓰치다 타카시(槌田劭) 교토대 명예교수 “지금 82세로 올해 83세입니다.(1935년생) 같은 현실이라도 감사해서 살 것인가, 불만으로 살 것인가에 따라 다릅니다. 사회의 건강과 개인의 건강이 일치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대개 따로따로 놀고 있습니다. 세상은 진보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어린애를 꾸짖지 말라. 너도 일찍이 지나간 길이니까 늙은이를 비웃지 말라. 너도 장차 가게 될 길이니까”라는 속담을 할머니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에 별로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안정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김 주간 “교토대학에서 가르치고 계셨을 때보다 그만둔 후가 더 행복해 보입니다. 나도 대학을 그만뒀을 때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어느 조직에 속하지 않게 되면서 더 자유로워졌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떠나기 전에는 조직의 논리를 도리로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교토대 다음으로 취직한 세이카대학(精華大學)도 70세가 정년이었지만 68세 때에 정년을 앞당겨서 그만뒀습니다. 좀 더 일해 달라고 대학 쪽이 말해서 비상근강사(시간강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노인에게 언제까지도 일을 시키는 시대인가 봅니다.”



▷김 주간 “나도 “저 노인네가 언제까지 대학에 달라붙어 있을 셈이냐?”라는 소리를 듣게 되기 전에 교수를 그만두었어요. 쓰치다 선생님은 책에 쓰신 글과 본인의 사람됨에 하나도 차이가 없습니다. 보통 사람은 책에 쓴 것과 본인이 하는 것이 아주 다른 경우가 허다합니다. 책에 좋은 말을 많이 늘어놓으면서 본인의 언행이 그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일본도 한국도 남을 싫증나게 만드는 노인이 많습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노인들이 과연 살아오면서 어떤 시대를 만들어 왔는지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죽음이라는 병을 앓고 살아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명도 언젠가 멸망합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을 아는 지혜의 열매를 먹었을 때부터 멸망이 시작된 것입니다. 성장은 반드시 멸망으로 이어집니다. 일본은 계속해서 미국에 따라잡고 앞지르자는 생각으로 달려왔습니다. 우리 노년세대는 무작정 변화와 성장만을 추구해온 책임이 있습니다. 그 부채가 복지의 모순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오오하시 강사 “노인복지시설에서 직원이 노인을 학대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라다 학장 “우리 어머니가 들어있는 시설에서도 남자는 입소 후 오래 가지 않습니다. 한편 여자는 오래 산답니다.”



▷오오하시 강사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노인도 많습니다. 어느 날 내가 도서관에 갔을 때 전 교장선생님이라는 분이 시끄럽게 떠들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시끄러!”라고 꾸짖자 그 사람은 조용해졌습니다만.“



▷하라다 학장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직원들한테 들어온 사람을 정성껏 모시라고 가르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신심이 소모되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사무적으로 일을 처리하니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노인복지시설에 들어오는 노인이 나아져서 나가는 일은 거의 없고 앞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김 주간 “노인문제를 제도·시스템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설의 입소자가 모두 다 죽을 때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내가 어머니를 보살폈을 때 돌아가시기 전에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아”라고 했어요. 그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고 해서 억지로 먹이는 것은 참으로 안 되는 일입니다. “먹고 싶다”는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먹고 싶지 않게 되는데 시설에 들어가게 되면 긴장해서 살면서 먹고 싶지 않는 식사를 억지로 먹기 때문에 그 긴장으로 치매에 걸리는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욕창이 생겼으므로 집에서 모시겠다고 하자 병원 측에서 “그렇게 하면 곤란하다”고 거절당했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병원은 환자를 죽게 놓아둘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김 주간 “쓰치다 선생님은 신앙을 가지고 계십니까?”



▷쓰치다 명예교수 “신앙은 없습니다만 스피노자를 읽고 있습니다. 그는 “신에게 취한 무신론자”로 별명을 얻은 사람이고 “자연 즉 신”을 자기 철학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는 추방을 당하면서도 마음은 편안하게 살았습니다. 러셀은 그에 대해 “그와 같이 훌륭한 인격자는 없다”고 찬양한 바 있습니다.”



▷김 주간 “왜 스피노자에게 관심을 가지시는 것입니까?”



▷쓰치다 명예교수 “스피노자는 유대교의 공동체에서 추방을 당하면서 변명서를 써서 자기 신조를 밝혔습니다. (그 변명서는 현존하지 않음) 그의 대표작인 <에티카>도 생전에는 발간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잘못된 세계와 결코 타협하지 않았고 평생 동안 렌즈를 닦는 일로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면서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스피노자를 계속 읽어 왔는데 아쉽게도 알기 쉽고 가슴에 와 닿는 스피노자 해설서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해설을 쓰는 철학자가 자기 삶의 터전에서 떨어져서 철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80세를 지나도 현대철학에 대한 관심은 많습니다.”



▷오오하시 강사 “우리 시골에는 게이트볼장이 있는데 노인네들은 게이트볼이나 하면서 놀고 있으라는 것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성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삶의 터전에서 발을 딛고 서는 대지성(大地性)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남자는 오늘날 기업문화 속에서 공중전(空中戰)을 벌이고 있는 거지요. 우리 집안을 보아도 남자는 쇼핑할 때에도 먼저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사는 것에 대해 여자는 우리 아내든 딸이든 쇼핑할 때 먼저 가족을 위해 삽니다. 이것도 여성이 상대적으로 타자와의 관계성을 중요시한다는 하나의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크로스 젠더라고 해서 남성이 여성화되고, 여성이 남성화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포유류(哺乳類) 중에서 우리 인간과 같이 일부일처제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수컷은 거의 없습니다. 대개 강한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하는데 왜 하필 인간의 수컷은 일부일처제인가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자는 미토콘드리아를 대부분 가지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난자에는 미토콘드리아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자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힘이 꽉 차서 죽게 됩니다. 하지만 난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암세포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암을 활성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 식사를 적게 먹고, 특히 포도당계 식료를 줄이고, 호흡을 소중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암은 무섭지 않습니다.”



▷오오하시 강사 “나는 하루 한 끼입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그것이 좋아요. 삶의 기본은 자연의 이치를 알면 알수록 좋은 삶을 살 수 있고, 억지로 살려고 하면 무리가 따릅니다.”



김 주간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지금의 한국 젊은이에게는 희망이 없습니다. 오히려 ‘헬 조선’이라고 하면서 절망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소설가의 무라카미 류(村上龍)가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서 “이 나라(일본)에는 모든 것이 있지만 오직 희망만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도쿄대학에서도 ‘희망학’을 제창하고 희망학 센터를 만들어서 몇 년 동안 연구비를 받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도쿄대학 같은 곳에서 “희망학을 만들면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그보다는 “젊은이에게 희망이 없다”고 한탄하는 젊은이 스스로가 젊은이의 철학을 만들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도 젊은 학자, 학생들과 젊은이철학을 하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그런데 지금 젊은이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희망이 보입니다. 가사에는 좋은 문구가 많습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내가 교토대를 1974년에 퇴직했는데 그 해가 바로 (대학 입시에서) 공통1차 시험이 시작된 해였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형식적인 숫자만 쫓고 삶에 대한 꿈이나 희망 같은 것에 대해서는 아예 듣지도 못합니다.”



▷김 주간 “우리들의 교육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럽· 미국을 따라잡고 앞질러라라는 식의 교육만 해 왔습니다. 정말로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될지 자기반성해야 됩니다. 근대의 교육은 젊은이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요즘 아베정권이 메이지유신(明治維新) 150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말 해야 하는 것은 근대에 대한 재검토입니다. 스피노자가 살던 시대는 중세의 막판이고 최초의 근대인이었습니다. 근대가 오기 전의 사람들은 무엇을 공부했냐 하면 스콜라철학을 금과옥조처럼 외웠습니다.”



▷김 주간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모순은 사실 한국이 일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젊은이들은 묻습니다. “이게 나라냐?” “나라란 무엇인가?” 노년세대는 “이렇게 부유하고 편리한 사회가 되었는데도 젊은이들은 무엇이 불만인가?”라고 반박합니다. 사실 한국 독립 당시의 GDP는 60달러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오늘날에는 30,000달러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GDP이니 경제발전이니 편리함이니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들이 추구하는 것은 정말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노년세대는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노년철학은 철저한 자기반성의 철학입니다. 우리들에도 희망과 기대가 있습니다. 젊은이와의 대화를 통해 그것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과언 지금의 젊은 세대들과 대화가 성립될까요?”



▷하라다 학장 “오히려 과거세대가 젊은이들로 하여금 과거를 외면시키고 역사에 관한 대화를 회피하기 위해 일부로 미래만 이야기하게 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작가가 나에게 말해준 이야기이지만, 그분이 옴진리교 사건이 일어날 몇 년 전에 후배를 찾아 옴진리교 본부를 다녀갔습니다. 그때 응접해준 젊은이의 진지한 대도와 말투에 깜빡 놀라 “당신 같은 분이 왜 옴진리교 신자가 된 것입니까?”라고 묻자 그 젊은 신자는 갑자기 당당하게 “지금 일본에 돈벌이와 미식(美食)과 섹스 이외에 무엇이 있습니까? 여기에는 진리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과연 1981년 무렵에 ‘금요일의 부인들’이라는 드라마가 크게 히트를 치고 난 이후 불륜과 미혼모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 그런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옴교 사건이 일어난 지 20년이 지난 오늘날, TV를 보면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결국 제2차 대전 패전 후 대부분의 전쟁 경험 세대와 ‘단괴의 세대’가 젊은이에게 준 메시지는 “역사를 거울삼아라!”가 아니라 “돈을 벌고 쾌락을 누려라!”라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김 주간 “어느 기업인이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남에게 월급을 준 적이 있습니까?” “이렇게 넓고 쾌적한 오피스를 마련해 주었으니 토, 일요일도 나와서 공부라도 해야지. 아니 그런가? 사원이 집에서 놀고 있는 토, 일요일에도 월급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라고 말입니다. 한국에서 최저임금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경영자 즉 돈을 내는 입장에서 말하면 누구나 “당신은 남에게 한 푼이라도 임금을 낸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싶어 하겠지요. 한국의 노동조합과 대기업은 치열한 투쟁을 전개해 왔지만, 따지고 보면 지불하는 측과 받는 측의 투쟁입니다. 엘리트는 대부분 받는 측이지요.”



▷쓰치다 학장 “임금을 내는 측과 받는 측 어느 쪽도 일면적입니다. ‘측’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양측 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행복하다”, “물건으로 가득 차 있으면 행복해진다”라는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들은 모순된 것 같지만 기실 공존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 근본적 원인은 결국 돈입니다.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돈이라는 것은 외로움 쟁이다”라고 합니다. 상품이 식품이 되면 먹은 사람의 몸을 해치든 뭐든 상관없이 방부제를 많이 놓고 되도록 오랫동안 상품을 유통시키려고 하지요. 생각을 치우쳐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김 주간 “이탈리아에서 비롯하고 지금 일본에서도 널리 퍼지고 있는 감정경제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시각으로는 경제는 합리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노인을 ‘꼰대’라고 합니다. 어른이 이론을 가지고 따지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아까 말한 어느 경영자가 “토, 일요일에는 집에서 놀고 있는데 그런 날도 포함해서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라고 한 것도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경영자의 감정은 대개 이와 비슷하다는 것은 노동자 측도 상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고, 또 자기 스스로가 이와 같은 꼰대가 되어 있지 않을까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노인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의 문제입니다.”



▷쓰치다 학장 “일본에서도 그렇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 귀결됩니다. “이쪽으로 가라”고 남이 얼마나 말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종교적으로 착실한 것은 지극히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덕(德)이라는 것은 뭔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나는 세대 간의 ‘언어’가 공유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 전쟁 중, 종전(終戰), 전후의 부흥기와 고도 경제성장기 등 각 시대에 태어나고 성장한 세대 간을 소통하는 행복의 언어가 없다는 말입니다.”



▷김 주간 “그것이 바로 쓰치다 선생이 평범한 사람과 다른 점입니다. 스스로 자각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반발을 받는 것입니다.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으면 위선(僞善)이 되고 사기가 됩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괴짜라는 한 마디로 그냥 지부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쓰치다 명예교수 “1973년부터 나는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 왔습니다. 대학이 정치화되어가는 가운데 “뭔가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라고 문제제기를 하자 “그게 무슨 소리인가?”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이 진압되고 ‘정상화’되고 난 후 대학입시에 공통1차 시험이 도입되었습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공통1차를 우수한 성적으로 돌파한 엘리트들이 모인 바로 그 도쿄대학에서 지금 희망학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은 이건 참 아이러니합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스스로 희망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 편차치(偏差値)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대학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그래도 선생님께서 스스로 행동하셨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김 주간 “내가 아는 어느 전 도쿄대학 교수도 그렇습니다. 도쿄대의 학생기숙사인 고마바료(駒場寮)를 헐고 철폐시키는 계획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나 학과· 학부 단위에서도 반대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런 시기에 대학교수로서 학생들 편에 서서 끝까지 자기 신념을 관철하신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책을 몇 권 쓰셨는데 그 중에 자기 신념과 어긋난 것은 단 한 권도 없습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시대의 흐름에 추종하지 않고 우여곡절의 길을 가게 되면 잘못된 시대에는 고립하기 마련입니다.”



▷김 주간 “공자가 말씀하신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권은 자기들의 쿠데타와 집권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학자를 필요로 하고 있었지만, 만약에 그때 정권으로 들어갔다면 지금은 사회적으로 끝났을 겁니다.”



▷쓰치다 명예교수 “어용교수(御用敎授)가 지탄받다니 한국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일본도 한국도 그때는 격동의 시대이었지만, 격동이 지나쳐서 대화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야마모토 편집인 “젊은이들의 노래를 듣고 가사를 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하면 제법 좋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타자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들은 타자로서의 젊은이, 여성을 이해해야 될 것입니다. 내가 저널리스토로 오래 살면서 유일하게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타자가 바로 경영자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금주주의(金主主義)가 정말 싫습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노년세대야말로 타자를 이해하는 노력은 해야 될 것입니다.”



▷김 주간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세대 간 갈등이 더욱 심합니다. 하지만 젊은이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노년세대가 먼저 자기반성해야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록/번역: 야규 마코토(柳生眞) 원광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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