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충북 진천 출생의 원로시인 이상범(84) 시인이 최근 디카시집 <푸득이면 날개가 되는>을 펴냈다.

전체 시집으로는 25번째, 2007년 처음으로 펴낸 디카시집 <꽃에게 바치다> 이후 일곱 번째 디카시집이다. 책은 4부로 구성, 모두 60여편의 시를 담고 있다.

‘바람의 족적: 내가 나에게’, ‘남도창’, ‘보리바람’ 등 자연에 삶을 비춰보는 시와 ‘백곡저수지에서: 생거진천 발상지를 찾아2’, ‘농다리연가: 30년만에 재회한’ 등 고향 진천을 노래하는 시가 실렸다.

포석 조명희 선생과 동향이며 그를 기리는 포석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 시인은 설원에 핀 꽃 ‘시베리아 무릇’을 보고 포석과 조우했고 그때의 느낌을 시로 써 시집에 담았다.

“왜 조국을 떠났냐고 언젠가는 내게 물을 게다 / 나를 향해 조여 오는 안 보이는 손이 있어 / 남아서 받을 고통 아니라 뜻하는 일 멀기 때문. / 가야 할 길은 하나지만 가야 할 곳은 여러 갈래 / 남이 밟은 뒷길 아닌 내가 새로 개척할 외길 / 되찾을 나라의 꿈 이룩할 이 동토의 시베리아/ 아니야 이건 아니야 나를 던져 구할 나라 / 부서져 챙길 겨레 끝내 외친 내 사랑 대한 조국 / 다 접고 이젠 하늘나라 묵언의 길 들 것 같다. (엷은 미소가 남긴 끝말 : 1938년 5월, 포석 조명희 詩人 전문)

박진임 문학평론가는 “조국을 떠난 이의 고독을 필사하는 이상범 시인은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초월하고 자유롭고자 하는 시인임이 틀림없다”며 “사물을 바라보는 눈길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기에 그 사물들은 생명을 새로 부여받은 듯 산뜻해지고 더욱 건강해진다”고 평했다.

시조 한편에 사진 한 컷. 단순한 구조이지만 이 시인은 한편의 디카시를 완성하기 위해 하루에도 100여장의 사진을 찍는다. 그 중에서도 소재가 될 만한 사진들만 추려내 이를 포토샵으로 불러들여 수천번의 섬세한 손질을 한다. 과감하게 뺄 것은 빼고, 남길 것만 남기는 과정 속에서 떠오른 영감을 간결하고도 정갈한 시조로 옮긴다.

사진 속 형상이 시 속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해 어렵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시를 멀리했던 독자들도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 시인은 “디카시 작업에 몰두 한지 15년이 됐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두가 이뤄지는 세상에 시와의 친숙을 이끄는 이 작어베 일조했다는 자부심도 있다”며 “시와 사잔이 만나 핵반을을 일으키듯 감성의 높은 경지를 이룩해가고 싶다”고 말했다.

1935년 진천 출생인 그는 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정운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중앙일보시조대상, 육당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이호우문학상. 고산문학상, 바움(숲)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별>, <신전의 가을>, <풀꽃 시경>, <한국대표명시선100 화엄벌판>, <하늘색 점등인>, <푸득이면 날개가 되는> 등 25권을 출간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한국시조사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포석문학회장이다. 해드림 출판사. 167쪽. 1만5000원.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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