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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
풍향계 /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
  • 동양일보
  • 승인 2018.11.28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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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황 논설위원 / 시인
나기황 논설위원 / 시인

(동양일보) 범죄심리학 이론 중에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예를 들어 건물주인이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지나가는 행인들도 별 죄의식 없이 나머지 성한 유리창도 깨뜨리게 되고 결국 그 건물은 황폐해져 범죄가 일어 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즉,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들을 방치해두면 나중에는 큰 범죄나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 두 학자가 1982년 월간 ‘Atlanta’지에 발표하면서 명명한 범죄학 이론이다.

지난15일 수능시험이 끝났다. 연관검색어처럼 내년에 수능을 보기로 돼 있던 강남8학군, 명문사립여고에서 일어 난 이른바 ‘쌍둥이 자매’사건이 떠오른다. 같은 학교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시험지를 빼돌린 빗나간 부정(父情)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곳곳에서 ‘깨진 유리창’이 발견된다. 교육부는 ‘대학 판 숙명여고 사태’로 불리는 서울과학기술대 A교수에 대한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아들을 서울과기대로 편입시킨 후 매 학기 2과목씩 자신이 담당한 8과목 모두 A+를 줬다는 의혹이다.

지나친 모성애가 화근이 된 사건도 있었다. 지난 해 경기도 분당 대진고 졸업생의 성균관 대 입학이 취소됐다. 당시 교무부장이자 이 학생의 어머니인 B씨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임의로 접속해 학생부 기록을 조작했다는 것이 사건의 개요다.

서울 경기지역의 최근 2년 치 사립학교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감사대상 132개 학교 중 ‘성적관리’ 즉 내신과 학생부 관리문제로 지적을 받은 곳이 절반에 가까운 58개로 나타났다.채점 잘못은 부지기수요, 시험문제 유출은 기본이고 ‘무단결석 학생에게 개근상 주기’ 같은 ‘묻지 마 식’ 성적관리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분석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뚤어진 부성애, 모성애가 ‘깨진 거울’로 작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쌍둥이자매 아버지의 마음이 궁금하다. 시험지를 유출하면서 내년에 명문대에 입학할 두 딸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 떠올랐을까. 귀여운 딸들에게 아빠로서 최고의 사랑을 주고 있다고 스스로 흐뭇했을까. 아니, 쌍둥이자매의 마음도 궁금해진다.

유출된 시험지와 답안으로 얻게 된 최고 점수에 대해 ‘앗싸’하는 자신감으로 어깨가 으쓱했을까. 이대로라면 수시합격은 ‘룰루랄라’ 문제없다고 생각했을까. ’훔친 수저‘로 떠 넣는 범죄의 짜릿한 맛에 길들여져 혹시 ’존경하는 아버지와 사랑스러운 딸의 관계‘가 깨진 것보다 ’내신성적 0점 처리‘와 ’퇴학‘ 절차를 밟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더 억울해 하고 있지는 않을까.

조금 결은 다르지만, ‘깨진 거울’의 사례도 부지기수로 많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요, 부모 또한 자식의 거울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조선일보 사장의 ‘손녀 갑질‘도 깨진 거울을 바꾸지 않아서 벌어진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이다.

‘너의 부모님이 누구시냐’를 묻기조차 민망한 패륜적 폭언이 일상화 됐다는 것은 ’깨진 거울‘을 바꿀 겨를도 없이 그동안 기성세대가 저질러온 수많은 ‘갑질’이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영웅들’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깨진 유리창’은 바로바로 갈아 끼워야 한다. 그런 노력의 좋은 예가 있다.

필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지역 한 비영리교육법인에서 발간하는 ‘착한신문’ 이라는 제호의 어린이 신문이 있다. 사랑, 봉사, 나눔의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한 설립취지에 맞게 사회곳곳의 따뜻한 이야기로만 채워지는 말 그대로 ‘착한신문’이다. 도내 4,5,6학년 어린이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이 신문이 10대까지 낮아진 ‘갑질 문화’ 같은 깨진 유리창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깨진 유리창’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로서 ‘깨진 거울’이 되지 않도록 가까운 관계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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