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숙 청주시청년일자리팀장

박연숙 <청주시청년일자리팀장>

(동양일보) 지난 9월 시청 일자리지원과 청년일자리팀장으로 발령받고 보니 상당히 긴장됐다. 두 달이 지나면서도 막상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알아서 척척 잘하는 팀원들 덕분인 것 같다. ‘청년’이란 말의 생동감에 걸맞게 발령받자마자 몇몇 행사를 치러야 했는데, 이 때문에 은근한 활력도 느껴졌다.

그러던 중 국제협력관께서 KOTRA에 근무하셨던 인연으로 10월에 코트라(KOTRA) 직원이 충북대학교를 직접 방문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취업 설명회를 열도록 주선해 주셨다. 더불어 올해 부산 벡스코와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되는 일본 취업박람회에 청주시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박람회 기간 동안 검은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극도의 긴장감을 갖고 진지하게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철없고 생활능력 없는 젊은이들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부분이 미안하게 생각됐다.

이번 박람회는 충북대학교, 청주대학교, 서원대학교 학생 56명은 물론 인솔자들에게도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는데, 이 중 학생 4명은 취업 내정, 1명은 조건부 내정, 4명은 1차 면접 합격 등의 성과를 얻었다. 일부 일본 기업은 차후 학교를 직접 방문해 면접을 실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나머지 학생들도 해외취업의 가능성과 방법을 알게 돼 이를 바탕으로 다음 기회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나름의 성과는 거뒀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중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 깊었던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들의 차이점이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인력 채용 시 ‘경력 같은 신입’을 원했다. 바로 직무에 투입할 완성된 인력을 원하는 것이다. 자연히 각종 스펙(Spec)을 볼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일본 기업들은 스펙은 언어능력(일본어 또는 영어) 정도만 원하고 나머지는 면접에서 그 사람의 자질(資質), 즉 사람됨, 가능성을 찾아 채용을 결정한다고 했다. 따라서 채용됐어도 처음 2~3년은 적은 임금으로 일을 가르치고, 그 후 본격 업무에 투입시키면서부터 임금을 파격적으로 올려 준다고 한다. 평소 일본을 좋아하지 않지만 합리적이란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우리 기업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과는 다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학창시절을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을 가꾸는 데 보내지 못하고, 이른바 ‘스펙 쌓기’에 매진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안쓰럽게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의 젊은 시절은 혹독한 가난으로 아무리 불우했어도 지금과 같은 각박한 경쟁과 몰 인간적인 위험과 두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부모의 능력으로 디자인되고, 출신 학교로 채색되고, 각종 자격증으로 완성된 카탈로그의 제품 사진과 같은 우리 자식들이 자랑스럽기만 한가? 아니 한없이 안쓰러울 것이다. 그 아이들이 겪었을 고독과 자괴감을 어른들이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문서화된 스펙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채용하는 것보다는 편견 없이 사람을 대면해 그 사람 자체의 가능성을 면접자 본인이 직접 보고 판단해 채용하는 일본 기업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