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청소년 100명 중 6명 도박 중독
488개 초·중·고 중 14곳만 예방교육 실시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 음성의 고교 2학년 A군은 지난 1년 동안 바카라, 사다리게임 등 불법 도박에 빠져 1100만원을 날렸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도박자금을 마련했고, 친구에게 돈을 빌리거나 나중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행각까지 벌였다.

청주의 고교 3학년생 B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에 빠진 그가 1년여 간 도박사이트에서 거래한 금액만 1000만원이 넘었다. 급기야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어머니가 통장에 모아둔 돈에 손을 대기도 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충북센터 구영희 전문상담원은 “충북 청소년의 도박중독이 심각하다”며 “이런 사례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청소년의 도박중독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학교 현장의 예방교육은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충북센터에 따르면 도내 재학 청소년의 2015년 기준 도박중독 유병률은 6.1%로 전국 평균(5.1%)을 1%P 웃돌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올해 충북지역 성인 도박중독 유병률(3.2%)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수치다.

충북지역 청소년 도박중독 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실제 보은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불법 스포츠 토토로 학생이 경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 학생은 무혐의 처리됐지만, 이 학교 학생 20여명이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가입한 것이 드러나 지역사회에 충격을 줬다.

최근 5년간 청소년도박으로 입건된 인원만 14명에 달하고, 도내 사행활동 경험자 절반 이상이 10대와 20대에 도박을 접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도박 연령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특히 바카라, 경마 등 성인도박게임과 유사한 게임이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사채놀이를 하거나 폭력행사, 절도, 물품사기 등 어른들의 범죄를 닮아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사정이 이렇지만 교육현장의 무관심은 여전하다.

도박문제관리센터 충북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까지 도내 488개 초·중·고교 중 청소년 도박예방교육을 실시한 곳은 초등학교 2곳, 중·고등학교 각각 6곳 등 모두 14곳에 불과했다. 학교 현장의 무관심 속에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셈이다.

김경진 충북센터장은 “충북의 도박중독 실태가 심각하지만 예방교육이 의무교육이 아니어서 관심이 떨어진다”며 “도박 관련 문제가 2차 범죄로 이어지는 등 폐해가 큰 만큼 청소년기의 예방교육과 치유·자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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