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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 서서 / 유영선이 만난 사람 - 윤경식 건축가
이 길에 서서 / 유영선이 만난 사람 - 윤경식 건축가
  • 동양일보
  • 승인 2018.12.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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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인문적 통찰의 문화이자 예술… 통의 철학으로 비움의 작업"

자연친화‧독창적 설계로 국제적 건축상 9차례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

나인브릿지 골프클럽 천장,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천장 톱10”

 2010년 파리공항, 짐을 찾아 나가려던 50대 신사는 세관의 검문을 받는다. 대나무로 엮은 ‘죽부인’ 때문이었다. 죽부인의 용처를 묻는 그들에게 신사는 “마이 와이프”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들에게 신사가 껴안고 자는 시늉을 하니까 웃으면서 통과시켰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죽부인’을 안고 다니는 사람. 그는 비유럽 출신 건축가로는 최초로 이태리 ‘국제 지속가능 건축상’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은 ㈜한국건축 KACI 윤경식(61) 회장이다. 당시 그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가는 중이었다. 그가 상을 받은 작품은 여주에 있는 CJ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 클럽하우스로, 죽부인의 통풍과 육각형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건축한 창작물이다. 죽부인처럼 내부를 육각형의 목구조물로 연결했으며 석재로 둘러싸인 공간에 천창과 글라스셔터를 설치해 자연 채광과 바람이 통하도록 했다. 이 건물로 윤 회장은 국제지속가능건축상 외에 유럽의 건축 대상, 미국에서 주는 세계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영국 BBC 방송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장 톱(TOP) 10’에 이 건물을 선정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한 일이다.

영국 BBC방송이 뽑은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장 톱(TOP)10에 선정된 CJ해슬리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
영국 BBC방송이 뽑은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장 톱(TOP)10에 선정된 CJ해슬리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

그의 작품은 언제나 화려한 수상 소식과 함께 화제를 몰고 온다.

2013 세계건축상 건축가특별상을 받은 IK그룹 본사 100년사옥이 그랬고, 24회 세계건축상 대상을 받은 여주 명상의 집 ‘청한모원(淸閑某園)’이 그랬으며, 2016 국제건축상 대상(유럽 미국 공동)과 2016 세계건축협회 대상(미국)을 받은 정각사 미래탑, 그리고 지난 10월 준공한 ‘영혼의 힐링하우스’인 백양사 명부전이 그렇다.

최근 백양사의 ‘영혼의 힐링하우스’는 29회 세계건축상 대상을 그에게 안겨줬다. 세계건축상은 수십 개국에서 출품된 수백 점의 작품을 대상으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수십 명의 심사위원과 이전 대회의 대상 수상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가장 민주적인 방식의 심사로, 세계 건축계에서 그 권위와 수준을 인정받는 상이다.

지난 30여 년 이상, 자연 친화적이며 독창적인 설계로 국제적인 건축상을 9차례나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윤경식 회장. 그를 만나기 위해 12월의 주말 오후, 경기도 가평에 있는 그의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인 ‘청담헌(淸談軒)을 찾았다. 고요한 북한강 청평 호반이 발밑으로 내려다보이는 청담헌은 윤 회장이 인문적 상상력을 늘리기 위해 사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건물은 놀랍게도 종이기둥으로 세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그는 건축철학을 얘기하기도 하고, 예술인을 초대해 공연을 하기도 하면서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없애고 자신을 비우고자 노력한다. 그는 이러한 행위들이 지식에 그치는 명사(名詞)적인 삶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동사(動詞)적인 삶이라고 말한다.

정각사 미래탑.
정각사 미래탑.

-건물의 종이기둥을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앉은 의자도 종이재질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네요.

“종이가 원래 나무이지 않습니까. 발상의 차이지요. 모두 재활용한 종이입니다. 한 장씩 식물성 아교를 발라서 고속으로 회전시켜 기둥으로 만들면 종이가 저렇게 나무처럼 단단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기둥(Paper Tube)은 물과 불에도 강하고 수명도 깁니다. 아마 수백 년은 족히 갈 것입니다.”

-2016년 서울올림픽공원에 파빌리언으로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을 세우셨었지요. 언론 보도도 많았지만, 참 신선했어요. (*파빌리언(Pavilion)은 전시회나 박람회 등에 이용되는 가설 건축물)

“디자인하우스라는 잡지사가 창사 30주년을 맞아 대형 프로젝트로 부탁을 해왔어요. 2년 한시적인 미술관으로, 오랜 친구인 일본건축가 시게루 반 과 함께 재료를 오직 종이와 중고 컨테이너만을 사용해서 설계했어요. 그래서 ‘페이퍼테이너(Papertainer: 종이paper와 컨테이너Container의 합성어) 뮤지엄’이라 불렀지요. 높이 10m의 종이기둥 356개를 6m 간격으로 세우고 그 사이에 컨테이너 박스 166개를 배치해 전시 공간을 마련했고, 기둥은 종묘의 열주에서 모티브를 얻어 세웠어요. 거대한 종이기둥이 끝없이 줄지어 늘어서면서 벽체를 만드니 단아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됐어요. 그 종이기둥 사이로 햇빛이 비치고, 바람도 지나가고 공간이 자연과 하나가 되다보니 디자인이 화제가 되었지요. 그런데 디자인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콘크리트나 시멘트 같은 건축 자재를 일체 쓰지 않아 폐기물 없이 분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건축물로 더 유명했었지요.”

-윤 회장님의 건축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또 큰상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장성 백양사의 추모공간 ‘영혼의 힐링하우스’로 세계건축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건물은 지상 명부전과 지하 영각당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전통 사찰의 양식에서 탈피해 건축을 했어요.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의미로 ‘부(浮·뜨다)’를 기본개념으로 해서 간접조명과 더블스킨의 형식으로 건축물과 실내의 모든 오브제 자체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고, 형이상학적 납골함 속에 유골을 영롱한 사리로 만들어 모시고, 전통사찰에서는 쓰지 않던 맑은 통유리를 설치해 내부에서 백암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지요. 납골 문화의 새로운 장르라고나 할까요. 아마도 형태보다는 삶과 죽음에 관한 정신적인 주제들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한국 불교건축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정각사 미래탑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정각사는 서울 도봉구 망월산 기슭에 있는 아담한 사찰입니다. 이 사찰의 주지인 정목스님으로부터 탑 설계 의뢰를 받고 정각사를 찾았을 때 마당엔 고려시대 돌탑이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북한산 봉우리와 하늘이 보였습니다. 순간 생각했지요. 돌탑도, 하늘도, 산도 모두 담을 수 있는 미래탑, ‘덜 종교다운, 더 부처를 닮은 건축을 해보자.’ 그래서 전통사찰 건축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유리탑으로 불교철학을 머금은 건축물을 만들기로 했지요. 4각 유리탑을 만든 뒤 탑의 모서리는 반투명 그라데이션 처리를 해서 안과 밖이 따로 없고 실재와 허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호함으로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유리 탑 안에는 455개의 금속불상을 공중에 매달아 불상이 마치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어요. 허공의 붓다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존재잖아요. 탑 밑바닥에는 2028개의 광섬유 조명으로 평화로운 화엄세계를 표현했지요. 밤이 돼 불상 위로 조명이 꽃비처럼 내리면 불상은 유리에 반사돼 수억만 개로 보이게 됩니다. 지금 정각사에는 고려시대 석탑과 유리로 된 미래탑이 같이 서있는데 과거와 현재를 나타내는 두 탑이 정말 잘 어울립니다. 최근 이 곳이 서울시의 외국인 관광코스에도 들어갔다고 하네요.”

-미래탑이 국제건축상 2관왕을 차지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하나는 국제건축대상(International Architecture Awards_이고, 또 하나는 세계건축협회가 주는 대상(World Architecture Community Awards)입니다. 두 상 모두 권위있는 상이지요. 그중 세계건축협회대상은 전 세계 71개 국가에서 326개 작품이 출품됐었는데, 53개국 243명의 건축 관련 저명한 심사위원들이 가장 민주적 방식으로 선발한 상이거든요. 이 상의 당선작들은 세계 문화선진 50여 개국의 건축, 시사, 경제, 잡지 등에 게재되고 각 대학 교재와 전문기관의 연구자료로 쓰이게 되지요. 아울러 당선작 포스터와 ppt를 제작하여 세계 언론매체에 배포하여 문화예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게 됩니다. 그런데 상이라는 게 내가 받고 싶다고 해서 받아지는 것이 아니에요. 창작 작품에서는 지식과 관념의 흔적을 하나 둘 없애다 보면 도달하는 무위의 세계, 결국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게 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실 이 탑처럼 한국의 한 작은 건축물이 어떻게 세계 여러 나라의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서 상을 받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건축에서 영감이나 상상력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영감은 어떻게 얻는지요.

“덕(德, 悳)이라는 한자는 2개로 쓰이지요. 이중 덕(悳)을 풀어보면 직심(直心), 즉 바로 즉시 떠오르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직심은 자신에 대한 무한 신뢰에서 나오게 됩니다. 저는 항상 세상이 보여지는 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저를 믿는 마음, 그러니까 어떤 대상에 대해 처음 ‘툭’ 하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상상력이나 영감은 훈련이나 연습에 의해 떠오르는 것이라기보다는 직감 같은 것, 즉 직심에다가 용기가 필요한 것이죠. 제가 설계한 정각사의 ‘미래탑’이나 백양사의 ‘영혼의 힐링하우스’ 같은 것은 모두 이러한 직심에서 얻었습니다. 초기에 찰나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소중하게 여기고 작은 스케치로 옮긴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건축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건축의 기본 중 하나인 공학기술도 중요합니다만, 그러나 결국은 인문적 통찰이 바탕이 된 문화이자 예술이어야 합니다. 건축은 건축하는 사람이나 전문가를 위한 것이 아니거든요. 사용자가 주인이 되는 건축, 그 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정신을 존귀하게 하고 완전하게 해 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외국의 건축과 우리나라 건축이 차이가 있는지요.

“선진국은 건축을 할 때 에너지의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후진국의 건축은 에너지를 생각하지 않아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물은 단순한 직사각형 박스형 건물이 많습니다. 오랜 명성을 가지고 있는 베를린 시립미술관이나 100대 건물에 들어가는 미국의 코네티컷 주택은 매우 단순한 외관을 갖고 있습니다. 겉으로 크게 멋을 부리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소음이나 채광에는 매우 신경을 쓰지요. 그런 점에 비해 최근 우리나라 일부 건물들 가운데는 외관을 멋있게 치장하는 데만 치중해서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는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건물 모양을 비틀거나 삐딱하게 올리는 등 비주얼에만 신경 쓰는 과도한 인테리어는 거부감이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결국 화장이거든요. 몇 년 만 지나면 낡아져서 새것으로 바꿔야 되죠. 욕심을 줄여 화장을 최소화하면 공사 기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도 아낄 수 있습니다. 물론 자재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윤 회장님의 건축철학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Transparency, 통(通)’이라고 할까요. 비우고 비우고 비우다 보면 결국 통(通)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분은 저를 ‘통의 건축가’라고도 합니다. 인천 검단공단에 있는 IK 그룹의 백년사옥을 건축할 때가 생각납니다. 건축주는 싫증나지 않는 견고한 건물, 건물 맨 위층에 사내 행사를 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을 요구했는데 서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닷바람이 골칫거리였어요. 바람에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건 자연과 맞서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바람아 “내가 졌다” 라며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만들었어요, 과감히 비우고 뺀 것이었지요. 건물로 불어오는 강한 북서풍이 건물을 관통해 지나갈 수 있도록 건물 아래쪽을 비워 커다란 바람 길을 냈습니다. 그랬더니 건물은 기둥과 보를 최소화해 탁 트이면서도 견고했고, 환기 효과도 탁월했어요. 그리고 건축주가 요구한 공용 공간을 밝고 쾌적해진 지상 같은 지하에서 덤으로 얻었지요.”

-건축의 미래를 위해 한 말씀 주신다면.

“자연친화적인 건축으로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의 형태와 인테리어로 햇빛, 공기, 바람을 건축에 끌어들여 자연을 선물하고 친환경 소재로 건강한 건축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원래 건축가가 되고 싶었나요.

“한때는 음악가가 되고 싶기도 했었지요. 어릴 때 음악을 좋아했었거든요. 그런데 성장하면서 건물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건축이 이과적이면서 문과적이잖아요. 정밀해야 하면서도 창의적인 것, 그 점이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건강은 어떻게 챙기는지요.

“등산을 좋아해서 거의 매주 산을 갑니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지금 작업 중인 것도 많겠지요.

“장성 상무대 명상원, 안동의 포교명상원, 세계문화유산 봉정사 인등각, 광주 주택, 군포와 안산의 교회, 광양 전원주택단지 등 많이 있네요. 정각사와 백양사 작품 덕분인지 최근엔 불교 쪽에서 설계의뢰가 많이 오고 있어요.”

윤 회장은 부인 권숙정 씨와 딸 지혜(변호사), 아들 희찬(육사 재학) 등 가족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한다. 특히 지혜 씨의 결혼으로 사위 정호영 씨(변호사)와 사돈 (정진흥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원장 의사, 홍지은 진천읍 보람약국 약국장)등 윤 회장을 응원하는 가족들이 늘어 더욱 힘이 난다.



건축가 윤경식 회장 약력

* 57년 대구출생

* 현재 ㈜한국건축 KACI 회장

㈜이엔에스그로브 CEO

* 미국 3대 설계회사 협업 건축가

(Cesar Pelli, NBBJ, TLPA)

행안부 정부청사혁신위원회 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최고위과정 강사



주요 작품

* 여주 CJ해슬리 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 건축

-국제지속가능 건축상 금상(이태리)

-국제건축상 대상 (유럽+미국)

-세계건축상 최우수상 (미국)

-2016 영국 BBC방송,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장 톱(TOP) 10’선정

* 창녕 힐마루 골프클럽하우스 건축

-2012 세계건축상(미국) 건축가특별상

* IK그룹 본사 100년사옥 건축

-2013 세계건축상(미국) 건축가특별상

* 서울 올림픽공원 파빌리언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건축

* 정각사 미래탑 건축

-2016 국제건축상 대상(유럽+미국)

-2016 세계건축상 대상(미국)

* 여주 명상의 집 <淸閑某園>

-2017년 24회 세계건축상 대상

* 장성 백양사 “영혼의 힐링하우스” 건축

-2018년 29회 세계건축상 대상

* 대구 EXCO 국제건축현상공모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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