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 최근 청와대 인사들의 기강해이와 관련하여 리더십부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와대나 여당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책이다. 역으로 청와대와 관련된 일만 터지면 무조건 대통령 탓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스러운 것이냐는 비판도 있다. 한편 여당 지도부는 국가이익을 위해서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결단력 있는 자세도 설득력을 갖춘 정치력도 갖추지 못한 채 취약한 리더십만 선보였다. 민주적이고 도덕적인 권위를 갖춘 리더십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사상누각의 토대에 이벤트에만 강한 무늬만 리더인 사람들이 정부와 여당의 지도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지역과 계보 등 연고주의를 기반으로 한 ‘양김의 보스정치’가 그립기조차 하였다.

리더십이란 구성원으로 하여금 바람직한 목표달성에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기술 및 영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리더십은 조직의 공식적 구조와 설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조직이 효율적으로 적응하도록 한다. 또한 리더십은 조직내부의 조화를 유지시키고 조직구성원의 동기를 유발하고 재사회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되돌아볼 때 독재와 강압에 의한 정치적 암흑기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지도자들이 정당성과 신뢰 그리고 전문성에 기초를 두고 리더십(leadership)을 발휘하기보다는 공권력과 독선 그리고 무모함에 기초하여 헤드십(headship)을 행사한 경우가 많았다. 즉, 민주적 방식에 익숙한 리더형 지도자들보다는 권위적 방식에 찌든 보스형 지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정치방식이나 정치인들의 행태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지도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물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을 한다거나 대의를 위해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는 모습이나 자기의 주장을 용기있게 펼치고 잘못했을 경우 당당하게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리더십에는 절대적인 것이 없고 또한 성공한 리더십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지금 박정희대통령이 다시 통치를 한다면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을 똑같이 이룰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시대상황과 국민들의 의식수준, 방송 및 언론의 발전 그리고 경제수준이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YS나 DJ가 결국 말년에 자식들을 교도소로 보내야만 했던 것이나 이명박대통령이 교도소에서 생활하고 박근혜대통령이 파면을 당하여 험한 꼴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결국은 시대변화와 상관없이 과거의 리더십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리더십은 무엇일까? 필자는 뉴리더십의 요건으로는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방적 성향, 국가경영능력 및 전문분야에 대한 안목과 비전 제시, 국민의 합의를 도출해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의 세 가지를 들고 싶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주장일 뿐 현실적으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자를 하고 있는가 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 요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한편 정치지도자들은 변하지 않는데 우리나라가 바뀔 수 있을까? 그것은 반반이라고 본다. 정치지도자들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이 국민들에게 있으므로 진정 발전적 변화를 원한다면 거기에 합당한 인물을 당선시켜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합당한 인물이 있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도자와 국민은 궁합이 맞아야 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선출한 책임이 있는 유권자들은 잘할 때에는 지속적으로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지만 잘못할 때에는 기탄없이 견제와 비판을 하여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지지한 정권이 성공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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