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사업비 삭감 놓고 ‘집행부 길들이기! vs 정당한 예산 심의!’

(동양일보 장승주 기자) 민선 7기 최대 역점 시책인 ‘도심 활성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의회 사무국 등에 따르면 의회는 전날 272회 2차 정례회에서 시가 승인 요청한 내년도 당초 예산안 7582억원 가운데 23억여 원을 삭감했다.

삭감 규모로만 놓고 보면 예년보다 삭감 폭이 상당히 줄었지만 집행부에선 “전문성이 떨어지는 삭감”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산 내용과 사업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예산안 심사가 이뤄졌다는 것.

실제 의회는 이번 예산안 심의에서 ‘겨울 벚꽃축제’와 ‘의림지 얼음 축제’ 등 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또 전국의 수제 맥주 마니아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행사로 기획한 ‘수제 맥주 축제’ 예산 일부도 삭감해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집행부는 토로하고 있다.

시는 “부족한 예산으로 온전히 추진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을 축소하기도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렇게 의회가 집행부 사업 예산을 전체가 아닌 일부만 삭감한 배경을 놓고 일부에선 “집행부 길들이기 아니냐”며 곱지 않을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도심 활성화를 잔뜩 기대했던 시민들조차도 “시민 행복을 최우선으로 일하겠다던 의회가 정작 민생은 뒷전”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집행부 관계자들은 “의회가 집행부에 미리 심사 기준을 제시하고 서로 그 기준에 맞게 이견을 조율하는 토론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적재적소에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며 “절름발이 예산을 세워주고 심의 막판에야 집행부에 사업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의회가 집행부를 길들이려는 의도로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겨울 축제와 의림지 얼음 축제는 내년 1월에 처음 여는 행사인 만큼 축제 전반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한 후에 증액하던지 삭감하던지 지켜보자는 취지로 오는 2020년 1월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것”이라며 “예년에 비해 전체 삭감 폭을 최소화하는 등 지역 경제와 도심 활성화를 위해 집행부 의지에 힘을 실어주는 등 심사숙고 해 정당한 예산 심의를 벌였다”고 말했다. 제천 장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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