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안전불감증 여전, 소방 장비·인력 확충·법규 개정 추진

제천시 하소동 생활체육 공원 내에 세워진 추모비.
소방차 가로막는 불법주정차 차량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가 29일 항고장을 제출하기 위해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들어서고 있다. 유가족들은 늑장 대처 의혹을 받은 현장 소방 지휘책임자들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동양일보 장승주 기자)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시에서 일어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29명이 숨진 것과 관련 건물주 등 건물관계자 5명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청주지법 제천지원은 지난 7월 1심 재판에서 건물주 이모(53)씨에게 징역 7년과 벌금 1000만원을,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작업자 김모(51)씨는 징역 5년을, 그를 도운 관리부장 김모(66)씨에게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런 판결에 검찰과 피고인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하지만 초기 대응 부실에 휩싸인 소방지휘부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분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족들은 소방지휘부의 늑장 대처가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당시 소방당국이 통유리를 서둘러 깨고 서둘러 진입했다면 2층 여자 사우나에서 발견된 희생자 대부분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수사에 나선 경찰도 소방당국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고 판단해 이상민 전 제천소방서 서장과 김종휘 전 지휘조사팀 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협의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지난 5월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소방합동조사단도 효율적인 인력 배분, 현장 정보 파악 등 지휘가 미흡했다며 스스로 과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지난 10월 화재 현장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인명구조와 진압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던 당시 소방당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일반인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처분 권고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유족들은 즉각 반발했고 유족협의회는 지난 11월 29일 항고장을 제출했다.



△다중이용시설 등 불량시설 적발 ‘안전불감증’ 여전

제천화재 참사 이후 실시한 소방점검에서 수십 곳의 불량시설이 적발됐다.

충북 소방본부는 화재 참사 직후인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목욕탕과 찜질방 115곳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한 결과 58.3%인 67곳에서 79건의 불량시설을 적발했다.

충북도와 11개 시·군이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분야별 안전점검에서도 2999개 시설 중 11.4%인 343곳에서 안전 문제가 지적됐다.

또 지난 2월 다중이용시설 260곳을 불시 점검한 결과 5.4%인 14곳의 비상구·피난 통로가 확보되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여기에 참사 후에도 몰지각한 운전자들의 불법 주정차는 여전하다. 화재 참사의 교훈을 비웃기라도 하듯 골목 곳곳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넘쳐 난다.



△소방 인력 확충 및 법규 등 일부제도 개선

충북 소방본부는 지난해 147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도 309명을 뽑았다. 2019년~2022년까지 809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화재 참사 당시 ‘먹통 논란’을 빚었던 아날로그 소방무전기도 모두 신형으로 교체됐다.

또 비좁은 골목길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소형사다리차도 보급하고 있다.

제천 화재 참사 현장에 도착하고도 사다리를 펼치는 데 30분가량 소요됐던 16t급 대형 고가사다리차의 문제점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이다.

충북 소방본부는 펌프차와 사다리차의 기능이 합쳐진 다목적 소형사다리차를 2021년까지 도내 소방서에 순차적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화재 발생 시 ‘총력 출동시스템’도 구축해 3층 이상 고층 화재의 경우 지휘대, 구조대, 특수구조단 등 13개 이상 출동대가 선제 출동하도록 개편하고 주택화재, 공장화재 등 모든 화재에 대해서도 기존 출동대보다 1~5개 늘어난 출동대로 확대 편성했다.

또 소방차 긴급 통행로 확보를 위한 주정차 특별금지구역 지정 등을 핵심으로 한 도로교통법이 지난 2월 개정됐고 건축물 외부 마감재를 불연재로 쓰도록 강제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참사 1년을 맞아 제천시는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자 21일 희생자 추모비가 있는 하소동 생활체육 공원 내에서 유족 등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연다. 제천 장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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