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기해년(己亥年) 새해다. 새해를 맞는 마음은 너나할 것 없이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하지만 올해는 더욱 각별한 것 같다. 그만큼 지난해 무술년은 모두가 잿빛 전망의 경제 앞에서 우울하게 보낸 한해였다.

먹고 사는 게 힘들다는 아우성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북평화 무드 조성으로 서로 으르렁거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찾은 북한 김여정으로 시작한 평화의 바람은 4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6월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월의 평양 남북정상회담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평화의 여정이었다.

아직까지 북미간의 문제는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지만 남북간 열린 문은 닫혀지지 않았다. 그 열린 문이 북미간 관계 정상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에 마중물이 돼야 한다.

일부에선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북한의 변화를 확실히 확인한 해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이 남북간 군사적 긴장 해소의 단초가 되고 경제발전의 대변혁을 가져오는 ‘본질’이 되길 희망한다. 새해 신년사에서 북한 김정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확대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북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미 본토에 대한 '핵 단추' 위협에 나섰던 지난해 신년사에 비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71.6%로 시작해 45.9%로 마감하며 폭락을 이어갔다.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때 77.4%까지 치솟았던 지지도는 민생 경제지표 악화와 북미 비핵화 교착상태 지속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최저임금상승, 근무시간단축, 공직기강 해이 등이 맞물린 연말 지지도 조사에서는 최저치인 45.9%를 기록헸다. 부정평가도 긍정평가를 처음으로 앞서 취임후 최고치인 49.7%를 보였다.(YTN 의뢰 리얼미터 12월26~29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모든 게 경제에서 기인한다. 경제의 위기는 곧 정치의 위기로 연결된다. 집권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권의 통합적, 실용적 국정운영은 그래서 더욱 긴요하다. 올해는 선거 등 대형 정치 일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눈치 볼 것 없이 집권세력은 비상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는 서로 양보와 타협을 찾아 볼 수 없는 극단성에 있다.

노동문제는 노사가 일방의 주장을 고수해서는 해법을 찾기가 힘들다. 노사의 양보와 타협자세가 필요하고 더 늦기 전에 권력기관 개혁과 사법농단애 대한 분명한 단죄가 마무리돼야 한다.

올해는 3.1운동 10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갈등과 반목, 분열과 대립으로 점철돼 온 고리를 끊고 국민의 통합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것은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과제다.

눈을 안으로 돌려 지난해 충북에도 많은 변화와 도전이 있었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KTX세종역 신설 주장과 호남고속철도 세종 직선화 요구는 충북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였다. 특히 고속철 직선화는 오송분기역 역할을 집어 삼켜 오송을 영원한 미아로 남게 할 아킬레스건이다.

그 대안이 국토 균형발전의 새 어젠다로 급부상한 강호축(강원~충청~호남) 개발이다. 핵심인 충북선 철도 고속화가 해결되면 강호축이 남북평화축으로, 더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는 꿈의 실크레일이 될 것이다. 호남고속철 직선화 요구를 무력하게 할 유일한 수단이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올해의 화두로 ‘강호대륙(江湖大陸)’을 선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사자성어는 ‘앵행도리(櫻杏桃梨)’다. 앵두나무꽃,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이 비슷해 보이지만 피는 시기와 열매가 다르다는 의미로, 학생들의 개성과 소질을 존중하면서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맞춤형 교육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은 지난해 고교무상급식비 분담률과 지역인재양성 방법을 놓고 각을 세운 바 있다. 모두가 지역발전을 위한 충심의 발로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역의 양 수장이 으르렁대면 주민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기해년을 맞아 두 사람은 김 교육감의 작년 사자성어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존중·협력·배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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