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겨울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데 이선희의 ‘겨울 애상’이다. 노랫말이 시적이면서 겨울의 모든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수의 청량하고 애절한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가슴에 와 닿는 까닭이다. 더욱이 필자의 직업이 소방관이라는 것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겨울철이면 반복되는 숱한 화재현장에서 늘 불을 가까이하는 소방관이지만 아직도 모를게 불이다. 우리 인류가 정착생활을 할 수 있게 된 바탕에는 다름 아닌 불을 도구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불이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만은 아님을 화재현장의 잔해들이 남긴 검댕 숲을 대하게 되면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화재현장에는 불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수화처럼 그려낸 슬프고 애틋한 언어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화재의 아픔을 최소화 하려는 우리 소방당국의 정책이 다름 아닌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이다.

대책은 단연 안전에 취약한 계층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도민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각종 예방활동이 그 중심에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음성군 관내에는 위험물을 취급하는 대상처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이러한 대상처에 화재가 발생하면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대형화재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 올 겨울 음성소방서가 추진하는 특수시책 중 하나가 ‘말하는 위험물 저장소 시스템’이다. 관계자들이 위험물저장소 출입 시 음성으로 위험물 시설임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출입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시책이다.

또한 도내에서 인구 대비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특성에 맞춰 다문화가정을 비롯한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소방안전돌봄 서비스를 관내 의용소방대와 함께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논어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오히려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자연의 도구 중 하나인 불에서부터 사랑의 행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은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는 지혜를 갖으라는 뜻일 것이다. 앞으로 언제 어디에서 어떤 불길과 마주할지 알 수 없듯이, 내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이 또 어떤 사랑을 매개체로 희로애락을 접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일수록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관심을 갖는 것이리라.

119의 고객은 국민이다. 단순한 고객만족의 시대는 지났다. 현재 만족하고 있는 고객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호의적인 고객으로 남아 있지 않듯이, 국민도 이와 마찬가지로 늘 새로운 안전 시스템에 목말라 한다. 그런 국민들에게 119는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2019년의 새 봄을 기다리며 소방인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선문답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