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익위 진정으로 논란 불거져 전수 조사실시

(동양일보 곽근만 기자) 최근 초등학교 성인용 수저 사용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충북지역에서도 97.3%의 학교가 아이들에게 성인용 수저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아동용 수저 사용을 권고할 방침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시행여부는 미지수이다.

최근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초등학교 1~2학년은 어른용 젓가락이 너무 길어 한 반의 절반 이상이 밥과 반찬을 숟가락으로 먹는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아이들에게 적합한 식기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교사이자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호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초등학교 성인용 수저 사용 현황 조사를 요청했다.

급식실에 수저가 몇 개인지, 어린이용 수저를 보유하고 있는지, 급식 규정에 식기 관련 내용이 있는지, 학생 신체 조건에 맞는 수저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충북도교육청 역시 최근 일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태파악에 나섰다.

조사결과 258개 초등학교 중 성인용 수저를 사용하는 학교는 251개교, 성인용 수저 미 사용학교는 7개교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49개 학교는 젓가락 아동용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학교가 성인용 수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학부형들 사이에서도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성인용 수저 사용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 학부형은 “유치원에선 아기용을 쓰다 갑자기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어른용 수저를 준다" 며 "아이가 젓가락이 길어 힘들어한다” 고 하소연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상당수의 아이들이 성인용 수저 사용을 힘들어 하고 있다.

대부분은 젓가락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숟가락만으로 밥을 먹거나, 젓가락을 사용하더라도 중간 부분을 잡고 ‘X자’ 형태의 잘못된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또 그나마 숟가락도 어른 신체조건에 맞는 형태이다 보니 학생들이 식사 때마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각 학교에 아동용 수저 보급을 권장하기로 했다.

당장 25일 급식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충청북도학교급식위원회에서 아동용 수저 사용을 권장할 예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인권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먼저 아동용 수저 보급을 권장할 예정이다” 며 “큰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많은 학교들이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의 아동용 수저 보급 요청은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선 학교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는 수저를 제공받지 못해 불편한 식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며 “교육 당국은 아이들을 위해 아동용 수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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