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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잊어버려서 잃어버리다
풍향계/ 잊어버려서 잃어버리다
  • 동양일보
  • 승인 2019.02.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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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 입춘과 우수가 지났지만 아침저녁으로 아직 찬 기운이 남아있어 목도리를 하고 가려고 했더니 아내가 없다고 하면서 어디다 두고 왔냐고 하였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제 있었던 일을 가만히 복기해 보았지만 어떤 일도 기억나지 않았다. 휴대폰에 내재된 캘린더 앱을 찾아 기록들을 찾아봤다. 그날 일을 상기하며 기억들을 추적해봤지만 목도리를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그날 만났던 사람과 장소에 연락을 해보았지만 행방은 묘연하였다.

갑자기 내가 목도리를 잃어버린 것일까 잊어버린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생각하면 내가 목도리를 두고 온 장소를 잊어버려서 결국 목도리를 잃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목도리를 잃어버려서 그 장소를 잊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기억이 먼저일까 기능이 먼저일까. 우리의 생활은 모두 의식적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어제 일도 자세히 기억해내지 못할까. 시간이 흐르면 기억력은 감퇴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무의식은 무엇일까. 무의식을 삶에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사전을 보면 물건이 없어졌을 때는 ‘잃어버렸다’로 표현하고 기억이나 생각이 나지 않으면 ‘잊어버렸다’로 표기한다. 따라서 목도리는 잃어버린 것이 맞다. 다만 잃어버림의 선행조건은 잊어버림인가 또 잊어버림이 반복되면 잃어버림도 반복되는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십 여 년도 더 지난 한창때(?) 자동차를 잊어버린 적이 있다. A동에서 오전강의를 하고 B동에 있는 교수를 만나러 차를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 교수와 구내식당으로 함께 걸어가 식사를 한 후 헤어져서 A동으로 걸어와서 오후강의를 한 후 지도교수연구실에서 책을 보았다. 저녁때 집에 가려고 나와 보니 차가 없었다. 그야말로 혼비백산이 되었다. 동기들과 차를 훔쳐가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후배가 끼어들며 o교수님도 지난 달 차를 산지 한 달 만에 잃어버려서 보험으로 처리해 새 차를 받았다고 하였다.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그리고 콜택시를 불러서 집으로 가면서 택시기사에게 대학 캠퍼스에 들어와서 차를 훔쳐가는 간 큰 도둑도 있다고 하였더니 기사 왈 오늘 일을 차분하게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별일 없었다며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였더니 B동으로 가보자고 하였다. 뭔가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아 차머리를 돌려서 B동으로 향했다. B동 주차장에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접근하였는데 멀리서 애마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감격스러웠다. 운전사에게 고맙다고 하였더니 인근 경찰지구대에 가서 도난신고를 취소하라고 하였다.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가지고 지구대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지구대 스피커에서 “충남ㅇㅇ ㅇㅇㅇㅇ, 도난 차량 도난 차량”이라고 반복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분이 묘해졌다. 수고를 끼쳐드려 미안하다고 말하고 차를 찾았다고 했더니 핀잔 대신 다행이라며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해줬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경험한 것도 많고 교육받은 것도 많아져서 기억의 창고도 점점 채워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예전에는 기억력이 좋아서 총명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사람도 잠시 잊어버리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우리는 건망증이 아닌가 또는 기억상실증이나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나 라는 조바심을 갖기도 한다.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망증이든 치매든 다 병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농담으로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다가 “왜 왔지”라고 생각하면 치매이고 “언제 왔지”라는 생각이 들면 건망증이라는 조크도 있다.

예방법과 관련해서 건망증의 경우 걷기운동. 충분한 수면, 독서 등을 들었고 치매의 경우에도 스트레스 피하기, 항산화식품 섭취, 손 운동, 충분한 수면, 산책, 명상 등이 제시되었다. 관심을 갖고 실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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