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과 장자연 리스트 등의 대표적인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오래된 사건(2007~2008년 추정)이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은 별장에서 특수강간(위험한 물건을 이용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하여 성폭력)의 혐의로 고발되었는데도 기소되지 않았단다. 검찰이 2013년 수사를 지휘할 때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11차례(체포⦁통신시설 조회⦁압수수색⦁구속영장 등 9회, 출국 금지 요청 등 2회)나 반려하였단다. 경찰의 4회에 걸친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여 부득이 입원 중인 병원을 방문하여 조사하려 했지만 진술 또한 거부당했단다. 피해자들이 성폭행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는데도 검찰은 이를 수용치 않았고,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문제의 동영상은 김 전 차관임을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도록 확실하다”고 증언 하였는데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부족, 증거불충분’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2차례(2013년과 2014년)나 무혐의 처리하였단다. 장자연 성접대, 성착취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은 통화기록을 확보하여 분석하는 등의 기초조사도 하지 않았단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자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 재수사와 사실규명을 지시하였고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은 그 이튿날인 3월 19일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에 수장들이 직접 나와 공동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였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사건은 우리 사회의 특권층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지적하면서 “부실수사를 하거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며 고개를 숙였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성접대 및 강남유흥업계의 부적정 영업사건에서 불거진 각종의혹을 ‘특권층 사건’으로 규정, 불법행위를 근절하여야 할 일부경찰관이 영업주들과 유착한 의혹에 대하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범죄와 불법자체를 즐기고 이것을 자랑삼아 조장하는 특권층의 반사회적 퇴폐 문화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를 계기로 특권층 사건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대검찰청)가 재가동되었고 즉각 진상조사단이 구성되었다. 법무부 김 전 차관에게는 강원도 원주 별장의 대표이고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윤중천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과 향응이 수수되었음이 들어나 재수사가 시작(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 구성)되었다.

일부이긴 하겠지만 권력층의 불법행위 및 무소불위의 특권행위가 도를 넘었고 오랫동안 은폐된(권력 카르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특권층의 성접대 리스트 사건은 정계, 재계, 법조계, 의료계, 군장성, 연예계 등까지 망라되고 있었다니(윤중천 접대리스트 사건으로 명명해야 옳다는 주장까지 제기) 이것이야말로 관존민비적이고 관본위적인 행태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정의를 최선두에서 수호해야 할 정의의 파수꾼으로서의 검찰 및 경찰들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실체적 사실 파악을 소홀히 하였으며 진실을 도외시하고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을 조성하면서 치외 법권의 특혜를 누리게 하였다니 이러고서도 검⦁경찰을 국민의 검⦁경찰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목(國木)이 쓰러지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법 위에 군림하는 지도층, 특히 권력층 인사들로 인하여 법의 생명성이 타격을 입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배신감, 무력감 및 허탈감 등은 그 무엇으로 메꿀 수 있단 말인가. 국민들은 이렇듯 유권무죄식, 무권유죄식 법집행 등을 언제까지 견디어야 한단 말인가.

위⦁탈⦁불법 등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지만 법으로 마련된 장치(특검 및 특별수사팀)를 십분 적용하여 이번 사건만큼은 단호하고 철저하게 조사, 법의 권위를 우뚝 세워야 한다.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법 앞에의 평등’에 한 사람의 예외도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호적이고 선언적인 문구로서의 ‘죽어있는 법’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살아있는 법’이 되게 하여야 한다.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고 평등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

검⦁경은 대오각성하고 법이 양심과 정의의 보루로서의 권위를 회복하는데 진력하여야 한다. 명예를 걸고 국민의 검⦁경으로 거듭나야 한다. 법 앞에 불평등이 자행되는 불행이 없게 하여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