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얼마 전 신문지면에 쇼킹한 기사가 실렸다. “청주는 답 없는 도시···떠나고 싶다”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인터넷 카페 등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청주의 현주소를 신랄히 비판하고 이에 동조한 글을 취재해 보도한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청주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달라는 호소였다.

그들의 입을 빌리자면 “청주는 돈 벌기에는 좋은 도시지만 돈을 쓰고 재산을 축적하고 싶은 도시는 아니다”, “뜨내기 인구만 유입되고 충성스런 시민들은 타 지역에 미래의 집을 마련하고 있다”, 쇼핑 등 여가를 보내려 해도 갈 곳이 없어 기름값 들여 천안이나 세종 가서 물건을 잔뜩 사들고 오는 일을 되풀이한다“, ”워라밸 시대에 청주는 갈 곳도, 볼 것도 없는 그 흔한 스토리텔링 하나 만들지 못하는 도시다“. ‘이래 놓고도 2030년 인구 105만 도시를 만들겠다니...’로 요약된다.

원인을 단순하게 하나로 특정할 수 없지만, 이면엔 복합쇼핑몰 하나 없는 청주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3년 전 청주 입점을 추진하던 대형 창고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일부 시민단체와 상인들의 반발로 세종으로 가 둥지를 튼 게 결정타였다. 이 때문에 청주사람들은 울며겨자 먹기로 코스트코가 있는 대전이나 천안, 세종으로 원정쇼핑을 갈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됐다.

인구 86만 명의 중부권 핵심도시를 자처하는 청주시민들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청주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경남 창원(50여만 명)의 신세계 스타필드 입점 추진 소식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도대체 청주는 뭐냐“는 자조로 이어졌다. 스타필드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쇼핑공간과 극장, 식당가, 대규모 위락시설이 한 건물에 들어서는 복합쇼핑몰이다.

청주는 예부터 교육도시로 불렸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다고 자신있게 장담할 수 있을까. 단지 철당간(국보 제41호)에 새겨진 명문에 ‘학원경(지금의 교육감)’과 ‘학원랑중(교육장)이라는 직책이 써 있다고 해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한 곳이라고 해서, 서원향약과 청주향교가 있다고 해서, 대학 좀 있다고 해서 언제까지 교육도시라 불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청주에 갈 곳도, 볼 것도 없고, 심지어 쇼핑도 원정 가야 하는 현실에 불만과 불평이 있다는 것 이해 간다. 미세먼지는 연일 전국 최악의 수준을 ’자랑‘하고, 심심찮게 터지는 각종 사건사고가 전국 뉴스가 될 때면 청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오죽하면 ’탈청주‘를 외칠까 이해가 간다.

이젠 어른들이 답해야 한다. 청주시를 책임지는 시장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갈증을 해소시켜 줘야 한다. 청주를 살기 좋은 편안한 도시로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편안한 도시를 만드는 게 그들만의 몫일까. 아니다. 청주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이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일이다.

이른 아침 신훙지역인 산남동이나 용암, 금천, 하복대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엔 담배꽁초, 쓰레기들이 가관이 아니다. 길바닥에 즐비한 꽁초를 보면 집에서,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 궁금해 진다. 남이야 불편하든 말든 멋대로 주차해 놓고 이를 지적하면 되레 큰 소리치는 몰염치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으려는 무매너가 청주를 불편한 도시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모두가 생각해 볼 일이다.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건설사 이름을 새긴 간판에 단전(斷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대기업 이름이 아니어서 밤에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여기서 묻는다. 지역업체가 짓는 아파트인 줄 뻔히 알면서 왜 분양받고 입주까지 했느냐는 거다. 그래 놓고 지역업체 이름이 달갑지 않아 전기를 끊도록 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단지 지역업체라는 이유로 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차라리 분양이나 받지 말 것이지....그것이 대기업만을 좇는 사대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어느 지역이든 기업 없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역업체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은 기관만이 할 일이 아니다. 청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같은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청주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것은 내로남불이요, 전형적인 이기적 행위다. 탈청주? 남한테 할 말이 아니다. 내 것을,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그대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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