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여 살아간다. 너 나 아니 우리 모두는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간다. 못 살기 위해서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먼 옛날도 아니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먹을 것이 없어 하루 한 끼밖에 못 먹으며 연명하는 이가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은 쌀이 남아도는 시대라지만 쌀밥은 연 중 행사로 생일 때나 제사 혹은 특별한 날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함께 살기 위하여 국가에서 혼식을 장려하였다. 조금 부유하다고 쌀밥만 먹지 말고 배고파 힘들어 하는 이웃을 보살피며 쌀과 보리를 섞어 혼식을 하라고 권장하였다.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을 검사하며 혼식을 안 해온 친구들은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였다. 그리고 쌀이 부족하니 혼식과 더불어 분식을 장려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며 보리밥을 먹고 분식집을 찾아 예전의 음식을 즐긴다. 과거 시골집에서 맛있게 먹었던 술빵이 그리워 간혹 길거리 노점 혹은 시장 마트점에서 사먹기도 한다. 점심나절 줄 서있는 보리밥 집을 보면 과거의 회한에 잠기기도 한다. 그런데 보리밥을 먹으면 방구가 나와 옆 친구에게 창피하여 어쩔 줄 몰라 하던 시절도 있었다. 세월은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국가의 경제도 많이 변하였다. 우리 국민 모두는 경제에 최선을 다하며 허리띠 졸라매고 굶주린 배를 물로 채우며 이겨냈다. 이제는 입에 풀칠이 아니나 육즙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30-50 클럽에 들어서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였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표상인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과거 어린 시절 우리 국민들은 한 지붕아래 8촌까지 나고 자라며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며 효는 백행지대본(百行之大本)을 체험하며 함께 자랐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 라는 개념보다는 유능한 능력을 최고로 치켜세우며 개인의 능력을 위시하는 시대로 변하였다. 그러다 보니 공감과 소통을 이야기하며 함께하자고 하나 독선과 아집만이 팽배한 세상이 되었다. 세상의 근본은 조직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인간은 홀로 떨어져 있으면 보잘 것 없고 매우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이다. 하지만 함께 뭉치면 무서운 것이 없다. 드넓은 산중에 혼자 있으며 험악한 산짐승에게 아주 나약한 미불(微物)이다. 그러나 생각할 줄 알고 도구를 이용할 줄 아는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는 진화하면서 세상을 주름잡는 매우 강한 생명체가 되었다. 40억년의 지구생명체 중 가장 강력한 존재이며 77억의 지구촌을 이끄는 매우 힘센 존재이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지만 우리가 배고픈 시절을 잊을 수는 없다. 그 시절의 아픔을 기억하기 때문에 오늘처럼 배부름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혼식(混食)은 쌀에 잡곡을 섞어서 먹는 것이고 분식(粉食)은 밀가루 등으로 만든 음식이며 가루음식으로 순화되었다. 과거 식량난이 심각했던 70년대 까지는 혼식 분식을 장려하고 통일벼를 도입 쌀 생산량을 늘려 주곡자급을 하고자 절미운동을 전개하였다. 혼식과 분식의 날을 정해 놓고 학교에서는 도시락을 검사하고 벽보에 “혼식으로 부강 찾고 분식으로 건강 찾자” 홍보하였다. 통일벼를 개발하고 농작물의 생육을 빠르게 하고자 화학비료를 만들었으며 1959년에 충주비료공장을 세워 증산에 힘썼다. 수요측면에서 주곡인 쌀 소비를 줄이고자 보리 콩 등의 잡곡을 섞어 밥을 짓고 토요일은 분식의 날로 정해 국수 등의 분식을 먹도록 하였으며 일반식당에서도 토요일은 쌀밥 대신에 분식을 팔도록 권장하였다.

이제 국민소득 3만불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국가로 미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세계 7 번째 이다. 아리랑 가락이 흥겹고 창부타령이 비트박스나 랩보다 귀에 편안함을 느끼니 기성세대가 된 듯 듯하다. 엊그제 20대의 나이로 팝송에 푹 빠져 비틀즈나 아바 퀸을 좋아했는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국악이 편하고 좋다. 어느 누가 세월의 흐름은 나이테와 같은 속도로 간다고 하였는데 절로 공감이 된다. 그러니 혼식이 그립고 분식을 찾게 되며 더욱이 건강을 위해 보리밥 혹은 헐랭이죽을 찾아 즐기고 그리움과 추억에 젖은 수제비나 칼국수 등의 분식을 즐긴다. 하여튼 먹고 싶은 음식 건강을 위하여 절식할 연배이나 향수를 찾아 소식하며 즐기고 건강한 밥상으로 무병장수하며 행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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