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대결이 여러 분야에서 실험되고 있다.

얼마 전 국제통번역협회가 진행한 번역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정됐다.

기계가 인간의 감성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통번역에 종사하는 이들을 AI시대에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군으로 꼽았다고 한다.

문채(文彩)와 행간(行間)의 세밀한 이해가 핵심인 문학은 AI시대에서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아직까지는 감성에 결부된 인간의 창의성을 AI로 대체되지 않을 성역으로 보는 분위기다.

색채 학자들은 국민들의 색채언어 수가 많은 나라일수록 문화수준이 높은 나라라고 말한다.

한국인의 눈은 색에 대해 예민하다 못해 과민한 수준이다.

‘빨갛다’와 ‘뻘겋다’와 같이 모음을 바꿔 생기는 음성 변화로 빛깔의 뉘앙스를 만든다.

또한 ‘새빨간’과 ‘시뻘건’의 경우처럼 접두어로 감각 표현을 달리하기도 한다.

‘불그스름’과 ‘푸르스레’, ‘누리끼리’, ‘거미튀튀’ 등 어미변화로 감각 차이를 유도하기도 한다.

‘검붉다’와 ‘붉으락푸르락하다’처럼 복합어와 대리어로 미묘한 연상 작용을 만들어 내는 등 언어의 유희(遊戱)를 자랑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색채를 말할 때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수한 민족성을 드러난다.

색채를 여러 갈래로 말하고 해석하는 모든 것은 한국인의 탁월한 눈(目)의 대한 우수성 때문인 것으로, 늘 자부심을 갖게 한다.

듣는 분야도 미세한 소리와 파동을 감지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우리 전통악기는 거문고와 가야금처럼 현(絃)을 쳐서 소리를 내는 타현(打絃) 악기가 주류를 이룬다.

줄을 튕긴 후 줄을 누르거나 흔들어 허공에 퍼지는 미묘한 여음(餘音)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아직까지는 기계적으로는 이 절미(絶微)한 소리를 잡아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전통음악 합주에는 별도로 지휘자가 없다.

각 연주자는 장구 장단의 호흡을 예민하게 느끼며 그에 맞춰 연주하고 하나가 된다.

귀와 온몸으로 지휘자 없이 완벽한 합주를 하는 것에 대해 서양인들은 놀라워한다.

국악의 우수성은 서양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분야다.

그 만큼 우리 국민들이 예부터 귀의 예민함에 대해 매우 중요시 한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발효음식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은 김치를 비롯해 일상의 식생활에서 방대한 종류의 장유(醬油)를 사용한다.

장유는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쓰는 짠맛이 나는 흑갈색의 액체 조미료를 뜻한다.

메주에서 간장과 된장이 부산물로 나오고, 그 간장은 경과 시간에 따라 햇간장과 중간장, 진간장으로 각각 나뉜다.

간장 하나에도 기간과 기후, 시기 등 변수를 통해 수많은 맛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밥에는 찬품(饌品)에 이르기까지 집집마다 식당마다 고유한 별미를 갖고 있다.

찬품으로 식당의 유구한 역사성을 말하고, 한 가문의 가풍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유래 없는 음식 가짓수를 만들어내는 것만 봐도 한국인이 혀의 요구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이미 진입한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기술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한국인의 첨예한 오감(五感)은 가장 강력한 국가 자산이다.

과거 광맥을 내 앞에 두고 헛된 곳에 곡괭이질을 해왔듯, 현재는 우리 문화산업 정책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때다.

그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전 세계적으로 탁월하고 우수한 오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감은 곧잘 한국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와 해마다 바뀌는 국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감을 기반으로 한 한류의 세계화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그런 이유로 오감을 바탕으로 지금이 전 세계를 향해 이기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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