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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봄이 오면 농사꾼은 바쁘다
동양에세이/ 봄이 오면 농사꾼은 바쁘다
  • 동양일보
  • 승인 2019.04.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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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자 청주시상당구금천동 통장
윤경자 청주시상당구금천동 통장

(동양일보) 아파트 건너편 농작물 밭고랑에 수북이 쌓인 검은 비닐 뭉치를 걷어내고 새로운 농작물을 심기 위해 밭에 퇴비를 뿌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분주하다.

나는 지난해 금천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관리하는 주말농장을 농사 한 번 지어 보겠단 생각에 신청했다. 밭에다 온갖 작물의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밭일을 했다. 허리는 조금만 움직여도 아프고, 얼굴은 햇볕에 타서 시커멓고 몸의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울렸다.

그랬다. 결코 농사는 쉬운 것은 아니었다. 봄 가뭄이 심해 물 주러 다니기 바빴고, 제일 먼저 손쉽게 심었던 상추, 쑥갓은 이틀만 들여다보지 않으면 타들어가는 이파리에 꽃 대궁을 세웠다.

여름에 먹을 요량으로 심은 열무 고랑엔 가뭄 끝에도 풀은 어찌 그리 잘 자라는지 제 땅인 양 텃새가 만만치 않았다. 풀과의 전쟁을 치르며 땀을 많이 흘린 듯했다.

‘농사란 이런 것이구나. 사 먹는 것이 더 싸겠다’ 푸념하면서도 감자, 파, 상추 근대, 열무 등 여러 가지 야채를 골고루 심어가며 땅이 쉴 틈 없이 걷어 들였다. 한 고랑에 열무를 세 번이나 심어 여름 내내 열무김치를 떨구지 않고 먹었다. 상추 역시 사 먹지 않았다. 감자를 심었던 고랑에 파, 무, 배추를 심었고 열무 뽑아낸 자리엔 총각무를 심었다. 한겨울 김장거리를 제대로 거뒀다. 상품성이 있는 커다랗고 속 채운 배추는 아닐지라도 농약 한 번 주지 않고 수시로 벌레를 잡아가며 가꿨더니 내 기준으론 이만하면 족하다 싶을 정도로 흡족했다.

배추벌레는 어찌 그리 많은지 매일매일 들여다보며 잡아냈다. 처음엔 물컹한 감촉에 선뜻 건들지 못하고 막대기로 슬쩍슬쩍 빼내던 것을 어느 날부터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냉큼 집어내고 있었다.

“농사꾼 다 됐네, 다 됐어.”

오가는 이웃들의 격려에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했다.

나 같은 초보 농사꾼은 주말농장이 제격이다. 농사짓는 사람끼린 다 친절한 이웃이 된다. 농사짓는 정보를 서로 알려 준다. 이럴 땐 이걸 심고 요럴 땐 요걸 심으라며 씨앗도 나눠줬다.

누군가가 했던 ‘농사가 참 어둑하다’라는 흘려들은 말이 생각나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가을마당에 몽당빗자루 들고 춤을 추어도 농사 밑이 어둑하다’라는 속담이었다.

농사란 내 노력에 비해 주고도 남는 것이 많아 빈손에 빗자루만 들어도 든든하다는 말이 아닐까.

나름 지난 한 해 열심히 일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올해에는 초보 딱지를 꼭 떼어 보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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