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대치 정국이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선거법 개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고 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를 저지하겠다고 다투면서 국회는 보여줄 수 있는 흉한 모습을 다 보여줬다.

민주당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18명이 공수처 설치법 및 선거법 제출과 회의 진행을 불법적으로 방해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도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 17명을 폭행 혐의로,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사계특위위원 교체 과정의 직권남용 혐의로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27일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제목을 내걸고 광화문 집회를 이끌었다. 수만명이 모인 집회에서 황교안 대표는 "이 나라가 수령 국가냐, 법치가 무너졌다"면서 "좌파 독재 중단하라"고 외쳤다.

황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은 국회 파행의 책임을 우리 당에 덮어씌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고소장을 남발하고 말도 안 되는 비방을 하고 있다”며 “여당이 됐다고 국회선진화법을 ‘야당 겁박용 도구’로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과거 여당 시절 물리적 충돌 없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패스트트랙 규정을 담은 현 국회법 입법을 주도했다. 그런 한국당이 국회 의안과를 점거하고 회의장 출입을 막은 것도 모자라 주말 장외집회를 열어 헌법수호·독재타도 구호를 외치는 것은 믿기 힘든 모습이다.

집권당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민주당은 합의처리 전통이 있는 선거법 개정안을 다른 법안에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쪽으로 결론 낼 수밖에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당 간 합의를 가볍게 만들며 사보임 논란을 매개로 계파 다툼만 지속하는 바른미래당을 지켜보는 것 역시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거대 양당으로 불리는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성적 태도를 다듬으며 돌파구를 열 지혜를 짜내야 하는 등 달라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스스로가 옳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체제이기도 하니, 각 당 지도자들은 자기만 옳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의 주장에도 진정 귀를 열기 바란다.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 개선 흐름도 더뎌 경제와 민생에 빨간불이 지속하는 요즘이다.

정부의 효율적 정책 대응을 위해 국회의 적절한 입법 조치가 뒷받침돼야 할 때는 아닌지 정치권은 곱씹어 봐야 한다. 경기부양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을 제때 처리해 줘야 기대하는 효과가 날 거라는 견해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일은 하지 않고 싸움만 일삼는 국회를 언제까지 참아줄 수 있을지 현명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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