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반토막에 울쌍

(동양일보 임재업 기자) ESS (전기저장장치)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맞춰 ESS에 대한 투자를 늘렸던 업계는 화재 후 시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ESS 시설 1490곳 중 35.0%에 해당하는 522개가 가동을 멈춘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제조사의 자체 가동중단 조치로 765개 사업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ESS 신규 설치 발주는 사실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SS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주요 대기업은 올해 1분기 실적이 '반토막'이 났다.

삼성SDI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129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2.2%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대형 전지사업 부문에서 국내 ESS 수요가 부진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LG화학은 1분기 전지사업 부문에서 계절적 요인과 함께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냈다.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800억원과 국내 출하 전면 중단에 따른 손실 400억원 등 ESS 관련 기회손실이 1분기에만 1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LS산전도 1분기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3%나 감소했는데, ESS 신규 수주 급감에 따른 융합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마저도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업체는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화재조사가 늦어지는 데 대한 볼멘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화재 원인과 안전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섣불리 공장을 재가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ESS 관련 기업 관계자는 "국민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원인 규명 작업은 필수적이지만 이렇게 장기간 산업 자체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이번에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업계의 힘든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여겨진다.

김정훈 조사위원장은 "갤럭시노트7이나 BMW 차량 화재사고 조사도 5개월 이상 걸렸다"며 "조사위는 지난 1월에 시작했으니 아직 5개월 채 안 됐지만 업계 등에서 많이 궁금해하고 있어서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화재조사 결과 발표 시 안전대책과 산업경쟁력 강화 및 보급 활성화 지원 방안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ESS 산업 밸류체인별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잇단 화재사고로 보험료도 오르고 있어 ESS 관련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전용보험상품 출시 등 지원대책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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