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미필적으로나마 사고 인식했을 것” 징역 6월 집유 2년 선고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사거리 좌회전 차로에서 직진하다가 맞은편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한 30대 운전자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의 판결이 엇갈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운전자의 도주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윤성묵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여·39)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준법운전 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7월 20일 밤 10시 55분께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청주시 흥덕구 봉명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B(26)씨의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사거리 좌회전 차로에 잘못 진입했다가 차로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 중앙선을 침범, B씨의 승용차 왼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와 동승자 1명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으나 A씨는 법정에서 차량 내부에서 충격을 느끼지 못하는 등 사고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관련법상 도주죄는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고도 현장을 이탈한 경우인데, 이 사건 당시 피해자들이 구호를 받아야할 정도의 상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차량에 남은 파손 흔적이나 피고인이 사고 당시 비정상적인 주행을 하다가 위험을 깨닫고 정면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교통사고 발생사실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 직후 피해 여부 확인 등 통상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만큼 도주죄가 인정된다”며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편이라 해도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범행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아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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