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장애인주차장이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한 것은 다행이다. 위반차량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고 ‘장애인주차장에 주차하면 안된다’는 비장애인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아파트 장애인주차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돼 있는 광경을 보면 씁쓸하다. 하루종일 빈 공간으로 방치하느니 차라리 한대라도 더 주차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장애인주차구역에 일반인의 주차는 안된다. 아파트라고 예외일 수 없다. 장애인주차구역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공간이어서다.

따라서 장애인주차구역 주차표지가 없는 자동차와 자동차에 장애인 주차표지는 돼 있다 하더라도 보행장애가 있는 사람이 동승하지 않은 주차차량은 처벌 대상이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위조변조된 주차표지를 부착하거나 차량번호가 다를 경우엔 300만원,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행위는 50만원이 부과된다.

특히 실제 장애인이 타지 않고 자식이나 지인들이 이용할 경우 과태료 부과와 함께 장애인 표지를 회수당하고 재발급에 제한이 따른다. 아울러 위조 변조와 이에 도움을 준 차량 또는 사람, 다른 사람의 장애인 차량 표지를 가지고 주차하면 과태료 200만원에 장애인 표지 회수 및 재발급 제한을 받게 된다.

아파트 같은 경우 주차공간은 부족한데 장애인주차구역을 24시간 비워둔다는 게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장애인 주차구역을 계속 비운 채 둬야 하는 이유는 실제 장애인이 이용해야 할 때 주차를 못하게 방해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장애인주차구역은 장애인을 위해 보호받아야 한다. 따라서 단속에서도 예외가 있을 수 없으니 주차든, 물건이든 주차를 방해하는 모든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그런데 법 위반을 다분히 유혹하는 곳이 있다. 골프장에 마련된 장애인주차장이다. 골프장 역시 장애인주차구역 확보에 있어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법정 대수를 확보해야 한다. 골프장은 1홀당 10대를 갖춰야 한다. 18홀은 180대, 27홀은 270대 식으로 홀수×10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골프연습장은 1타석 당 1대다.

이중 장애인주차장은 자치단체에 따라 법정 대수의 2~4%를 갖춰야 한다. 청주시의 경우 4% 이상을 적용하고 있어 18홀 골프장은 8대, 27홀은 11대가 의무 대수다.

27홀 규모인 청주 A골프장을 예로 들면, 이 골프장은 법정 대수 270대에 장애인주차장 11대를 확보하고 있다. 장애인주차장은 클럽하우스 현관에 가장 근접한 자리에 있다.

문제는 내장객들이 몰려들어 발생하는 주차난 해소책이다. 주차장을 찾아 빙빙 돌던 내장객들이 텅 빈 장애인주차장을 보고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그렇다고 단속이나 신고에 의해 과태료를 물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골프장은 운동시설이어서 장애인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간혹 지체장애인이 골프 치러 내장하기는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극소수다. 더욱이 동반자 차량에 동승해 골프장을 찾는다면 장애인주차장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결국 골프장은 법에 따라 장애인주차장을 확보했어도 일반 주차장과는 달리 장애인을 위한 주차장 구실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틈새를 비장애인이 파고들어 장애인주차구역을 무색케할 뿐이다.

현행법 위반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

공공기관이나 아파트 같은 일반 주차장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장애인을 위해 주차장을 항상 비워둬야 하지만 골프장은 사정이 다르다. 원칙대로 한다면 하루종일 장애인주차장을 비워 둬야 하는데 이 얼마나 비생산적인가.

단속기관에서 일부러 골프장까지 찾아와 단속할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누군가 사진을 찍어 당국에 신고하면 골칫거리가 된다.

법이냐 현실이냐,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오지도 않는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주차장을 텅 비게 하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일반인이 이용해도 못본 채 묵인하는 게 좋은 건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있나. 지금처럼 하던 대로 하는 게 정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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