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갑 사용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아냐"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수갑을 채운 채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A(42) 씨는 지난해 8월 24일 오전 1시 10분께 대전 서구의 한 지하차도 입구에서 승용차를 몰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차를 버린 채 그대로 달아났다.

인근에서 교통사고를 처리하던 경찰관이 A 씨를 1㎞가량 뒤쫓아가 붙잡았다.

그는 검거 과정에서 머리로 경찰관을 들이받아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A 씨는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돼 수갑이 채워진 채로 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은 A 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자 음주운전을 했을 것으로 보고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그는 "억압적이고 팔도 저린 상태에서 측정하지 못하겠다"며 거부했다.

이에 경찰은 A 씨에게 공무집행방해와 사고 후 미조치 외에 음주측정 거부 혐의도 적용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서경민 판사는 A 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와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음주측정 거부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해 수갑을 채운 행위는 적법하지만, 음주 측정을 요구할 당시 상황이 수갑을 채울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서 판사는 "경찰서로 이송된 피고인은 토를 하다가 소파에 누워 있었고 수갑을 푸는 문제와 음주측정에 응하는 문제를 놓고 경찰관과 말싸움을 벌였다"며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할 당시 상황이 수갑을 꼭 사용했어야 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수갑 때문에 음주측정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도 수갑을 채운 상태로 계속 측정을 요구한 행위는 적법한 음주측정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정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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