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 거버넌스라는 말은 정부, 준정부를 비롯하여 비영리, 자원봉사 등의 조직이 수행하는 다양한 공공활동, 다원적 조직체계, 조직의 상호작용을 통칭하여 가리키는 말이다. 거버넌스에서는 다양한 행위자가 통치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점을 강조해 협치라고 하기도 하며, 기존의 행정 이외에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구성원 사이의 네트워크가 강조되기도 한다.

도시만들기 과정에서도 참여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의견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새로운 계획 모델이 요구되면서 새로운 거버넌스가 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 도시정책에서 중간지원조직을 활용한 사업 추진은 2005년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사업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정부는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 참여활성화를 핵심 원칙으로 설정하고 주민, 행정,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지자체 단위의 도시만들기 지원센터 설립과 운영을 의무화 한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도시재생 거버넌스의 구축은 사업추진의 과정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 좋은 도시재생 거버넌스는 행정, 중간지원조직, 주민협의체, 실행조직, 전문가 등이 역할과 연계가 잘 되어야 한다.

행정은 도시재생 전담조직으로서 도시재생의 종합적 기획과 여러 부처 사업의 통합추진을 담당한다. 도시재생사업의 이해 관계자들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며, 사업성이 약한 쇠퇴지역에서의 공공사업을 담당한다.

중간지원조직으로 지원센터는 지자체와 주민조직 간의 소통을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관련 주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주민과 행정 및 전문가 사이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내용을 발굴하며, 사업진행을 점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주민협의체는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와 이해관계자 간 갈등해소를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주민공동체, 여성, 청년, 상인 등 다양한 구성을 바탕으로, 사업 실행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사업추진기구로 신탁업무센터나 협동조합 등의 실행조직도 중요하다. 공실 점포를 신탁 받아 임대차 알선, 창업지원 관련 업무, 마을기업의 창업 및 운영 지원, 주민, 상인공동체 협동조합 설립이 주요 사업이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마을단위 조합 육성,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이 시행되고 있다.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좋은 도시재생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강조되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전개되고 있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 농촌개발사업 등 다양한 지역개발사업이 제각기 진행되는 비효율과 혼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총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형 도시재생 수행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주민역량을 높여가기 위해서는 지역실정에 맞는 도시재생대학 운영, 주민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주민제안사업의 주기적이며 지속적인 시행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다양한 방식의 일자리 창출이 시도되어야 하며, 계층별 맞춤형 참여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가는 각 주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 방식을 조절하는 사업 조정자로서의 위상과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지역 내외의 유관 기관과 단체와의 활발한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의 민관협력체계도 구축되어야 한다.

바야흐로 도시 거버넌스의 시대이다. 전국의 도시재생 거버넌스가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도시재생협치포럼도 운영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좋은 거버넌스를 지향하고 있다. 도시재생 거버넌스는 여러 재생사업의 주체들의 연계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좋은 도시재생 거버넌스는 도시에서 재생사업의 가치를 정립하고, 도시공동체의 공통된 합의를 만들어 가며, 지역과 공동체에 새로운 생명력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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